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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노동·금융 고질병 고쳐야 국가경쟁력 회복
세계경제포럼(WEF)이 27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속의 한국은 그야말로 연구대상이다. 한국은 ‘최상의 하드웨어를 최악의 소프트웨어로 돌리는 나라’이고 ‘극단적 장점과 최악의 고질병을 동시에 가진 나라’이며 ‘최강 IT 환경을 가진 금융 후진국’이다. 세상에 이런 야누스에 아수라 국가가 없다.

WEF가 평가한 한국의 올해 국가경쟁력은 137개국 중 26위다. 2007년 역대 최고인 11위까지 올랐다가 10년째 떨어져 이수준이다. 이런 순위를 만든 부문별 요소는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다. 오죽하면 WEF에서도 “부문 간 불균형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할 정도다. 국가저축률, 재정 건전성, 국가신용도 등 거시경제환경(2위)과 인프라(8위)가 잔뜩 올려놓은 순위를 노동,금융(각 73위)이 다 깎아 먹은 모양새다.

한국 국가경쟁력의 만성적인 ‘아킬레스건’이던 노동분야는 이제 고질병이 되어버렸다. ‘노동시장 효율성’ 순위는 작년 77위에서 올해 73위로 네계단 올라섰다. 그렇다해도 70위권이라면 의미있는 진전이라 보기는 어렵다. 고용 및 해고 관행(88위), 임금 결정의 유연성(62위)은 그렇다치고 노사 간 협력(130위), 정리해고비용(112위)은 거의 꼴찌다. 양대노총이 노사정위 참여는 커녕 사회적 대화 자체도 거부하니 당연한 결과다.

곳곳에 CD기가 설치돼 있고 핸드폰으로 금융거래는 물론 주식매매까지 하는 IT선진국인데다 은행들이 한 해에 수조단씩의 이익을 내는 한국이 금융성숙도 74위라면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출용이성(90위), 은행건전성(91위)을 보면 한국의 은행들이 얼마나 담보대출 위주의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만 해왔는지, 그게 국제적으로 얼마나 저평가되는지가 금방 이해된다.

여기에다 정부 정책결정의 투명성(98위)과 기업경영윤리(90위)를 감안하면 종합 26위라는 국가경쟁력 순위도 감지덕지해야 할 성적이다. 이미 후진 기어가 들어간 국가경쟁력을 이대로 내버려 두면 머지않아 후진국가로 추락할 판이다.

정부도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패러다임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하지만 노동분야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은 난해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용 안전망 강화를 전제로 한 ‘한국형 고용안정-유연 모델’로 노동시장의 역동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반대 의미인 고용안정과 유연성을 합해 역동성을 강화하겠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정부 스스로가 한껏 기대치만 높여놓은 노동시장에서 ‘둥근 사각 그릇’에 ‘차가운 온기’를 어떻게 담아낼지 기다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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