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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스 다른 재미 '로스트아크' 2차 CBT서 명품 재미 잡았다


시작하기까지가 조금 까다로웠다. 최근 플레이스테이션4 프로를 구매했고 65인치 TV를 집에 놨다. '페르소나5'와 '니어오토마타'를 사서 집에서 플레이하는 중이다. '페르소나5'는 엔딩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던전을 플레이하고 있다. 손에서 게임을 놓는 선택이 그리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로스트 아크' 테스트 임무가 떨어졌다. 달가울리 만무하지 않는가. 그러나 일은 일이다.

마음을 다잡고 시작버튼을 눌렀다. 클라이언트 다운로드. 당연한 순서인데 압박감은 다르다. 너무 오랫동안 PC MMORPG를 손에서 놓았고, 모바일게임과 콘솔게임을 하다 보니 생긴 생소한 감정이다. 그도 그럴게 설치용량이 무려 27GB다. 부랴부랴 HDD용량을 비우고 또 비우는데도 공간이 남지 않는다. 별 수 없다. 숨김 폴더를 지우고 나서야 27GB에 달하는 용량을 확보했다.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런데 시작 버튼을 누르고 캐릭터를 만드는 화면이 나오자 조금씩 기분이 풀린다. '오 돈좀 썼는데?'하며 게임을 시작한지 3시간. 모든 생각은 변했다. 컴퓨터를 새로 사야겠다. 모 쇼핑몰 사이트를 뒤적이면서 견적을 짜고 있었다. 카드를 손에 쥐고 나서야 맨 정신으로 돌아왔다. 적어도 출시일쯤에 사는 것이 맞는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무서운 게임이다.

그래픽, 애니메이션, 사운드가 만들어낸 '원초적 재미'

캐릭터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부터 입이 떡 벌어진다. 과연 이게 국산게임이란 말인가. '블레이드 앤 소울'트레일러를 처음 접했을 때, '검은 사막'마을에 로그인했을 때 충격을 뛰어넘을만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치 한편의 예술작품을 보는듯한 그래픽. '압도당했다'는 말이 가장 적합할 듯하다. 그리고 그 그래픽이 살아 움직인다. 바보라도 된 양 캐릭터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면서 쳐다본다. 게임이라는 것을 깨닫고 플레이를 시작한다. 많이 본 인터페이스.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이용하고 1234로 스킬을 쓴다. 지나가면 몬스터들이 튀어 나오는데 일단 두들겨 패본다.

맞을 때 마다 '으억'하며 움찔움찔하는 적을 보면 묘한 쾌감이 있다. 강력한 적이 나오거나 적들이 뭉치면 스킬을 쓴다. 퓨슈수수숙. 소리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간다. 소위 말하는 '귀르가즘'. 펑하는 이펙트와 함께 몬스터들이 터진다. 피가 보였다면 카타르시스 그 자체였을 터다.  

   

첫 신을 보자마자 바로 우퍼가 달린 스피커를 켜고 앰프에 전원을 넣었다. 발밑에 우퍼를 두고 책상 위 왼쪽과 오른쪽에 스피커를 올렸다. 그제야 소리가 제대로 들린다. 발사체 궤적에 따라 소리가 이동한다. 발에서는 둥둥둥하는 배경음이 들려오며, 클래시컬한 사운드가 어울린다. 제대로 된 BGM이 깔린다. 그 위로 오버랩 되는 소리들. 사운드, 그래픽, 애니메이션, 게임플레이가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다. 이걸 기다렸다. 진심으로 이걸 기다렸다.

영화식 연출법 가미한 게임 진행 '감동의 물결'

초반부 플레이는 더 두고 볼 필요가 없다. 일단 몰아놓고 퍽퍽 터트리면서 슈웅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금세 시간이 지나간다. 새로운 몬스터, 새로운 소리, 새로운 스킬이 계속 나오니 더할 나위 없다. 여기에 모아놓고 터트리면 경험치가 쭉 차고 레벨이 오르는 재미를 더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아이템 테이블만 더 얹고 레이드 보스몬스터만 잘 잡으면 그냥 론칭하면 된다. 그 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이 개발팀은 더 나갔다. 이제 평범한 몬스터 잡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형 뒤틀기에 카메라워크까지 더해진 연출이 가미된다. 덩굴을 타고 올라가면서 배경을 까는 연출이나, '민들레 홀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 등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만한 장관을 연출한다. 여기에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고조하는 연출들이 대거 삽입되면서 반복되는 '터트리기'게임의 지루함을 한방에 날려버린다. 워낙 연출에 공을 들인 관계로 새로운 스테이지와 새로운 연출을 보기 위해 게임을 계속 진행하는 매력이 지속된다.  

   

특히 30레벨 지역인 '영광의 벽'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스테이지다. 유저가 전쟁의 한가운데에 뛰어들어 아군들과 함께 전쟁을 펼친다. 이 구간 하나만 떼어서 콘솔게임으로 판매해도될 만큼 완성도가 있다. 영상을 찾아서 확인해보기를 적극 권장한다. 발밑에서 병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방 전체와 몸이 찌릿찌릿하게 울리는 상황인데 대규모 아군들이 성을 향해 진군하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전투 템포'의 변수

한마디로 말해 현재까지 개발된 '로스트아크'는 감동적이다. 국산 게임 중에 최고봉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최근 게이머들에게 충분히 어필할만한 시도들이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해외 기자들에게 '국산 게임'이라며 소개해주면서 얼빠진 표정을 구경해보고싶은 욕망이 있다.

그런데 변수는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도 전투 템포다. 최근 유저들은 '던전 앤 파이터'나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에서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이다. 순식간에 치고 빠지는 찰나의 순간을 재미있다고 이야기한다. 순식간에 몬스터가 녹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짧은 거리를 미친 듯이 달려가지 않으면 지루하다고 이야기한다.  

   

일례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유저들은 30초가 채 되지 않는 부활 시간이나, 타워 앞 이동시간 동안에도 지루하다며 웹툰을 보거나 채팅창을 열어 시비를 건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로스트 아크'는 템포가 느린 게임에 가깝다.

콘텐츠 유지 여부가 관건

그렇다고 빠른 템포를 올리자니 이번엔 콘텐츠 분량에 발목이 잡힌다. 전반적으로 게임을 너무 잘 만들었다. 장기간동안 완성을 위해 '깎아온' 장인들의 게임임이 틀림이 없다. 그렇다 보니 아마도 유저들이 밤새도록 플레이할 것 같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콘텐츠가 순식간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길어야 10일, 짧으면 며칠 만에 모든 콘텐츠가 동날게 틀림이 없다. 반면 같은 퀄리티로 후속 콘텐츠를 업데이트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특히 개발팀들을 닦달하는 게이머들의 아우성을 참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개발팀은 그 대안으로 PvP와 PvE를 내세운다. PvP는 '던전 앤 파이터'의 대장전에 가까운 시스템으로 캐릭터들이 1:1 대결을 펼치는 구도다. 재미만큼은 확실하지만, 역시 전체 유저들을 위한 콘텐츠라기보다는 일부 소수들을 위한 콘텐츠에 가깝다. PvE는 레이드라기보다는 각개 격파에 가깝다. 잘 짜인 팀전이 아니라 개인기에 의존한 각개 격파가 연상된다.  그렇다보니 장시간동안 게임을 플레이할 이유에 물음표가 찍힌다. 

일반적으로 이 상황에 놓이면 개발팀들은 '아이템'을 계속 늘여나가고 '신규 캐릭터'를 도입하면서 생명력을 늘린다. '로스트 아크'에 과연 그 시스템이 어울릴지는 아직 의문이다.과연 이 게임은 롱런할 수 있을까. 아마도 같은 고민에서 게임은 아직 출시를 미루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단서는 있다. '영광의 벽'과 같이 대규모 PvP를 맵으로 둔 콘텐츠를 다른 형태로 각색하는 방법이 가장 현명해 보인다. 캐릭터 스킨에 엘프를 입히고 지옥 군대를 입힌다면 충분히 유저들은 만족할만콘텐츠가 될 듯하다. 여기에 멀티플레이 대전을 씌운다거나, 맵클리어 속도를 경쟁하는 시스템 등을 도입한다면 다음 업데이트까지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언제 사면 됩니까?

내일이면 '페르소나5'엔딩을 볼 것 같다. 그런데 게임을 플레이할 때 마다 '로스트 아크'가 오버랩 되니 중증은 중증이다. 한동안 '로스트 아크 앓이'를 할 것 같다. 지금도 쇼핑 사이트를 결고 컴퓨터 견적을 매만진다. 외장형 사운드카드를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뺐다가를 반복하다가, DAC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 것을 보니 중증이다. 얼마 전 월급을 타면서증세가 더 심해졌다. 여전히 '로스트 아크' 출시일은 미정이다. 덕분에 더 괴로워진 것은 비단 기자 뿐만은 아닐 터다. 대신 세상을 더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는 점은 매우 다행이다. 기쁜 마음으로 '로스트 아크'의 정식 출시일을 기다려 본다.
 
안일범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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