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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 뱃속으로의 탐험…리경 개인전
송은아트스페이스, ‘more light:향유고래 회로도’
2011년 이후 여섯번째 국내 작가 기획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앞도 뒤도 옆도 보이지 않는 칠흙같은 어둠이다. 전시장 끝엔 한 줄기 빛이 내려온다. 어둠과 빛의 대조는 화선지의 먹과 여백처럼 선명하다. 광원을 찾아 기웃거리는 사이 원래 빛은 사라지고 옆에 다른 빛이 내려온다. 

리경, I can see your halo _scene02_엘립소이드빔 라이트, 자개, 황동, 멀티채널사운드, 가변설치, 2017 [사진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강남구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국내작가 기획전으로 선보이는 리경 작가의 개인전 ‘more light:향유고래 회로도’는 이처럼 강렬한 대비로 관객과 만난다. 전시제목의 ‘향유고래’는 소설가 H.멜빌의 1851년 장편소설 ‘모비딕’으로 더 유명하다. 작가는 송은 아트스페이스 전시공간 입면도(수직투상도)가 향유고래의 옆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해 이번 작업을 준비했다.
전시장 3개 층에 걸쳐 총 3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이전까지 ‘빛’을 탐구해온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전시동선을 따라가다보면 마치 고래 뱃속을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둑한 공간에서 반복적인 사이키 조명과 신경을 긁는 듯한 소음에 ‘극도의 불안함’을 마주하기도 하고(I can see your halo #scene03), 미세하게 움직이는 레이저 광원을 만나 희망 혹은 구원을 갈구하기도 한다(I can see your halo#scene 04). 성경의 ‘요나’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리경, I can see your halo scene04, 레이져 라이트, 멀티채널사운드, 가변설치, 2017. [사진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

굉장히 기분나쁘고 불편한 소리와 함께 마감하는 전시에 대해 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두려움과 불안함은 존재의 가장 확실한 증명이죠. 그런데 우리는 불안함을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는 순간이 더 많아요. 회피라는 손쉬운 선택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견뎌내고 발버둥 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 개인적으론 최근 돌아가신 부친에 대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했던’ 부녀사이, 쌓였던 이야기는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 그리고 숨쉬고 살아있는 이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에 대해 인지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말하고 싶었어요. 이 순간이 존재한다고. 번갈아 켜지고 꺼지는 라이팅처럼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가고 있지만, 지금은 살아있으니 지금 나를 굉장히 똑바로 바라봐야하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전시는 11월 25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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