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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택시요금 인상? 업체만 배불리는 꼴”…시민ㆍ법인기사 뿔났다
-서울시, 인상 재논의 예정…“구체적 대안 마련”
-법인기사 “사납금만 높아져”…실제 수입 감소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서울시가 택시 기본요금 인상방안을 재논의한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요금 인상 가능성을 두고 법인 택시기사들과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택시정책위원회’를 열고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과 요금의 적정성 등을 논의한 결과 “이 자리에서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운수종사자 처우와 서비스 개선의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 추후 다시 택시요금조정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당분간 현재 요금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논의 의사를 밝히며 요금 인상의 여지를 남겼다. 


서울시 택시요금은 지난 2013년 10월 기본요금을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린 뒤 4년간 동결 상태다.

앞서 개인택시업계가 요금 인상을 꾸준히 요구하면서 일각에선 서울시가 택시 요금을 3500원에서 최대 8000원까지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개인택시업계는 지난 8월 기자회견을 열고 “해마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상황에서 택시 기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커녕 4년째 똑같은 요금을 받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13년 택시요금을 조정하면서 2년 주기로 요금을 조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천하지 않고 있다”며 택시 요금을 3500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택시 요금 인상에 대한 가능성이 나오면서 시민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직장인 주수형(30) 씨는 “요금을 올릴 때 마다 택시 서비스도 개선하겠다고 하는데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며 “요금 인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인택시업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기본 요금이 오르면 사납금만 더 올라 오히려 손해라는 입장이다. 택시 요금이 오를 때마다 사표를 내는 기사들도 있다는 것이 일부 법인택시기사들의 전언이다.

10년차 법인택시기사인 김모 (65) 씨는 “요금을 올리면 덩달아 사납금이 더 올라 우리 손에 들어오는 것은 더 줄어든다. 요금 인상 한번 하면 최소 3개월간 손님이 끊기는데 사납금까지 오르면 더 걱정”이라며 “이전에 요금이 오를 때 일을 그만두는 동료들을 보곤 했는데 이번엔 내가 택시 생활을 접는 것을 고려하게 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요금 인상은 업체와 개인택시 기사들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내놓은 ‘택시기사의 노동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서울시의 택시요금 인상이 법인택시기사의 월간 총수입을 오히려 더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택시 요금 인상을 통해 법인택시 기사의 월평균 소득이 23~24만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서울중앙임금협정을 통해 약 23만원 정도의 임금이 인상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1일 2만5000원, 월 65만원의 월 사납금이 인상되었다는 부분이 간과됐다는 게 센터 측의 지적이다. 지난 2011년 서울택시 1일 2교대 법인택시 근로자의 월간 총수입이 요금 인상 전 180만원에서 요금 인상 후인 2014년 177만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센터 측은 “요금인상분을 노사간에 배분하는 합리적인 방법을 도출시키지 않은 상태에서의 요금인상은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택시요금 인상이 오히려 택시 업계 환경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이미 서울시 택시의 수송분담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기본 요금만 단순히 인상하는 것은 전반적인 택시 업계의 고사를 초래할 수 있다”며 ”사실상 대중교통 역할을 하는 택시가 준공영제에 준하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요금조정은 시민에게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므로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돼야 하고 요금조정의 방점을 운수종사자처우개선에 둬야 한다”며 “인상 효과가 운수종사자에게 돌아가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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