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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잦은 야근·불규칙한 생활…건강 위협받는 일선경찰들
지구대·파출소 돌연사 위험↑
자살 원인 1위 24%가 ‘우울증’


교대근무를 서야하는 경찰관에게 야간근무는 일상이다. 그러나 잦은 야근과 불규칙한 생활 패턴은 일선 경찰관들의 몸에 상처를 남기고 나아가 마음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26일 포항 북부경찰서 죽도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최모(30) 순경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최 순경은 전날 오후 6시 30분부터 야간근무를 하며 폭행사건으로 출동한 뒤 오전 1시쯤 숙직실에서 쉬던 중이었다. 지난해 1월 임용된지 1년 8개월여 만이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포항 남부경찰서 장기파출소에서 근무하던 고모(55) 경감이 심장이상증세로 쓰러져 숨졌고 같은 달 11일에는 같은 경찰서 외사계장 이모(57) 경감이 정기 사격연습 도중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사흘만에 숨을 거뒀다.

지구대와 파출소 등 치안 현장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자칫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건강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한 경찰관은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야간 근무에 시달리다보면 만성 피로나 역류성 식도염은 기본이고 위궤양, 위염을 달고 사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일선 경찰관들은 ‘주간-야간-비번-휴무’ 패턴의 4조 2교대 근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전보다는 나아진 편이지만 일반 직장인들과 비교하면 수면시간도 부족하고 생활 리듬이 깨질 수 밖에 없다.

지난 2012년 서울대 정진우 교수팀이 경찰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교대ㆍ야간근무 경찰의 수면 및 건강상태’ 결과에 따르면 교대ㆍ야간 근무를 하는 경찰들의 수면의 질 지수(PSQI)는 7.2±3점으로 나타나 수면장애에 걸려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다원 검사에서도 이들의 수면효율은 80.5%로 일반인의 85%에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야간근무 시간이 길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는 점.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세포내 유해산소를 제거하고 발암물질에 의한 세포손상을 막는데 계속된 야간근무로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어든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RAC)는 야간근무를 발암물질 등급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2A’로 정했다. 수면 부족은 암 뿐 아니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야간근무를 하는 40대 이상 경찰관 1만9712명에 대해 특수 검진을 실시한 결과 56.4%가 질병이 의심되는 ‘유소견자’이거나 ‘요관찰자’ 판정을 받았다.

건강악화가 사망으로 이르는 경우도 많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망한 경찰 438명 중 사망원인 1위는 질병(63%)으로 나타났다.

더큰 문제는 신체 건강 뿐 아니라 마음건강도 위협을 받고 이는 자살 등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자살한 경찰은 100명으로 순직한 경찰관 79명보다 27% 많다. 자살한 경찰관들의 사망 원인 1위는 우울증 등 정신문제로 24%에 달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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