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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숙의민주주의를 ‘숙의’해보자
숙의(熟議)의 사전적 의미는 ‘깊이 생각하여 넉넉히 의논(議論)함’이다. 숙의민주주의란 그러한 숙의가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 형식이다.

문재인 정부가 정책 결정에 있어 숙의민주주의라는 색다른 방식을 선보였다.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다. 공론화 시민대표단을 구성, 3개월여만에 공사 재개로 결론이 났다. 비교적 빠른 결론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로운 갈등해결 모델”, “역사적 첫걸음” 등 성찬을 아끼지 않았다. ‘471인의 현자(賢者)’, ‘작은 대한민국’이란 다분히 감성적인 표현까지 나왔다. 참여 시민들은 치열한 학습과 토론을 거치고, 기존의 편견을 바꾸었을 수도 있다. 어떤 강요 없이 스스로 행했다. 그래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왜 굳이 이렇게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갸우뚱해진다. 자주 이런 방식이어야하는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의미있는 실험’ 정도로 표현하고 싶다.

시민대표단의 결정에 의존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무책임이란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된다. 숙의 결과를 무조건 따르겠다는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청와대는 공론화 방식 적용을 사회적 갈등 현안에 확대하려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공론화에 부칠 것인가?

국민적 갈등을 유발한 사안은 과거에도 많았다. 사드(THAAD) 배치에서부터 4대강 사업, 소고기 수입, 천성산 터널, 제주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등등. 과거 사안들에 이번 방식이 적용됐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해진다. 아마 몇몇 정책은 무산됐을 수도 있다. 꼭 갈등이 아니더라도 국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무수히 많다.

세금인상에서부터, 하다못해 담뱃값 인상에 이르기까지 한번 숙의해보자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현 정부에서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문제, 수능ㆍ자사고 등 교육현안, 별의별게 다 대상이 될 수있다. 매번 수십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수백명의 시민대표단을 구성할 것인가?

원전 문제로 우리 사회는 아직도 홍역을 앓고 있다. 문제는 그 속도와 과격함에 있다. 수천억원의 매몰비용을 그토록 쉽게 매몰시키겠다는 발상 자체를 위험하게 본 것이다.

시민참여단의 대표성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수로 폄하되는데, 시민대표단 역시 소수이기는 마찬가지다. 숙의민주주의는 국회로 대변되는 대의민주주의의 부정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대중의 지지에 대한 확신이 클 수록 이들의 역할을 늘리고픈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절묘한 방법이다. 시민대표단에 향후 책임을 물을 순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시민대표단의 결론은 공약이 설익었음이 입증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이 착각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약에 대한 집착이다. 후보자 시절의 공약은 흔히 ‘과잉’의 위험성을 수반한다. 공약을 마치 국민적 허가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유권자들은 보통 공약에 앞서 사람을 먼저 본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하지만 번번이 맞들 필요는 없다. 때론 고독한 결단도 필요한 법이다. 집요하다가도 때론 과감히 포기하고 수정할 수 있는 그런 결단 말이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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