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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 제값도 못받는 공공공사, 따뜻한 예산을…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건설사 160곳을 대상으로 공공공사 발주기관의 무리한 거래행태 유형을 조사했다. 그 결과 ‘불합리한 계약체결’ 사례가 37.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불합리한 계약체결의 내용으로는 원가에도 못미치는 공사비와 클레임 제기권 제한 등이 꼽혔다.

실제로 100% 공공공사만 하는 중소 건설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지난 10년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상의의 조사는 건설업계의 단순 하소연이 아닌 절박한 한계상황에 직면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건설공사의 공사비 산정체계와 입ㆍ낙찰 제도가 상호 연계되지 않고, 제도운영도 일부 불합리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져서다.

예를 들면 공사비 산정을 위해 2004년부터 도입된 실적공사비 제도로 10년간 공사비가 36.5% 하락했고, 2006년부터 표준품셈의 현실화로 예정가격이 낮아졌음에도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적격심사 공사에서의 낙찰률 하한율은 80%로 17년간 그대로 적용됐다. 이 때문에 실질낙찰률은 10∼20% 하락해 건설업체를 적자의 늪으로 내몰고 있다.

300억원 이상 종합심사낙찰제 공사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종합심사낙찰공사의 평균낙찰률은 79.3%에 불과하다. 건설업체는 인력, 장비를 놀릴 수 없어 일정 공사 건수를 수주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입찰제도마저 저가를 부추기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최저가낙찰제의 폐해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민원, 예산사정 등에 따라 공기가 연장되는 경우가 빈번한 공공 공사에서 추가 비용을 보전해 주지 않거나, 공공 발주자의 고의 또는 오류로 공사비가 과소 산정된 경우에도 시정되거나 이의제기 조차 할 수 없다.

건설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지역 하수급업체, 자재ㆍ장비업체, 건설근로자 및 그 가족들의 생활고를 초래할 뿐 아니라 연관 업계에 악영향을 주고 일자리의 질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상적 영업활동이 가능한 수준으로의 낙찰률을 상향해야 한다. 또 300억 미만 중소규모 공사의 공사비 산정시 표준시장 단가의 적용도 배제해야 한다.

300억원 이상 공사에서도 저가 투찰을 유도하는 입찰가격 평가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가격경쟁에 의한 단기적 예산절감은 시설물 품질저하, 이로인한 사후비용 증가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예산낭비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공기연장으로 인한 추가비용의 지급, 불합리한 공사비 책정에 대한 구제 장치 마련 등 계약 당사자간 공정한 거래 문화의 정착도 절실하다.

최근 ‘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하자’는 ‘사람 중심의 경제 성장’과 ‘따뜻한 예산’이 정책기조를 이루고 있다. 예산절감에만 치중해 어느 일방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상황에서는 사람중심의 경제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적정 예산을 반영하고, 적정 공사비를 지급해 원ㆍ하도급자, 자재·장비업체, 근로자와 이에 기대고 있는 수많은 연관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에 따뜻하게 사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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