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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이재석 카페24 대표이사]알파고 제로와 합리적 사회의 접목
더 놀라운 알파고가 등장했다.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해 이세돌과 대국 후에도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개선, 그 최신 결과를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했다. 이번 알파고는 스스로 바둑의 원리 원칙을 이해하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진일보한 인공지능의 등장이다.

구글은 알파고를 크게 세 가지 버전으로 나눠 인공지능 발전 정도를 비교했다. 작년 이세돌과 대국한 인공지능은 알파고 리, 올해 중국 기사 커제와 대결한 것은 알파고 마스터, 그리고 최종 버전이 알파고 제로다.

알파고 제로가 기존 버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학습 방식에 있다. 알파고 리와 마스터는 인간의 대국 자료를 교재 삼아 공부하며 실력을 키워 나갔다. 반면 알파고 제로는 필요한 최소한의 바둑 룰만 입력한 채 대국을 반복하며 승률이 높은 효율적인 수를 스스로 터득했다. 실험 결과를 게재한 논문 제목도 ‘인간 지식없이 바둑 마스터하기’로, 알파고 제로의 특징을 잘 부각했다.

알파고 대국이 공개될 때마다 그 기풍을 분석하는 말이 오간다.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는 운영의 묘가 뛰어나다는 평이 많았다. 커제와 대결한 알파고 마스터는 운영의 묘가 더욱 발전해 기상천외한 수준이었다.

바둑계는 알파고 제로의 기보를 두고 ‘역대 알파고 중 가장 사람처럼 둔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전의 알파고가 초기 정석 이후 판을 운영하는 변칙인 묘수가 뛰어났다면 알파고 제로는 정석 자체의 짜임새가 극에 달했다고 본다.

바둑에서 정석은 오랜 시간을 거쳐 승률이 검증된 합리적인 수다. 즉, 특정 상황에 대한 정답이다. 알파고 제로는 인간이 쌓은 바둑 데이터인 기보를 학습하지 않고 스스로 정답인 정석을 찾아냈다.

인공지능이 바둑의 원리 원칙인 정석을 고도로 구현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자가 나이 일흔이 되자 ‘마음 가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고 하는 종심(從心)을 연상케 한다. 이는 세상의 순리를 깨달아 행동이 규율이나 법규, 제도, 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경지다.

진화한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 원리를 파악해 고도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사회 전반의 합리성이 높아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한 예로, 국가 예산 책정에는 고도의 합리성이 필요하다. 관료가 각종 원리 원칙에 입각해 예산을 세우지만 수많은 변수를 모두 고려할 수는 없다. 실제 추가 경정예산으로 보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론적으로 최고의 예산안은 수정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알파고가 무수한 변수를 고려해 극도의 합리적인 수를 찾아냈듯, 추경이 거의 필요 없는 수준까지 예산안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모른다.

바둑에 대입하면 최초 연간 예산안이 정석이고 추경은 상황별 운영의 묘에 해당한다. 알파고 제로와 마스터 버전은 추경에서 운영의 묘를 잘 발휘한 셈이다. 반면 알파고 제로는 최초 예산안을 극도로 완성도 높게 짜는, 즉 정석 자체가 엄청나게 견고한 상황에 비할 수 있다.

우리는 늘 보다 합리적인 사회를 바란다. 원리와 원칙이 통하는 곳, 각종 변칙과 변수를 고민하기 보다 공자의 말처럼 순리대로 살 수 있는 곳이 합리적인 사회다. 알파고는 스스로 바둑의 원리 원칙을 파악해 고도의 합리적인 수를 선보였다. 빅데이터가 필요치 않으므로 확장 가능성도 한결 넓다. 이처럼 진화한 인공지능이 사회 각 분야에 적절히 결합하면 보다 합리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예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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