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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만신창이 국정원, 수장 임기제 도입이 해법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던 3명이 모두 사법처리될 전망이다. 남재준 이병호 두 전 원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이병기 전 원장은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이들은 국정원장 재임 중 매월 5000만~1억원씩 총 40억원 가량의 특수활동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해 국고에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수사가 진행중이고 재판 과정이 남아있는 만큼 이들의 잘 잘못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그 결과에 상관없이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는 현실 그 자체만으로도 부끄럽고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전임 국정원장이 교도소를 드나든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전 원장이 형이 확정돼 수감중이고, 김대중 정부의 임동원ㆍ신건 전 원장도 구속된 적이 있다. 역대 국정원장들이 수난이 끊이지 않는 것은 국정원이 국가의 지킴이가 아닌 정권의 수호자 노릇을 한 탓이 크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국정원장으로 내세워 권력의 사설 기관으로 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아야 국정원 흑역사가 비로소 단절된다.

국정원 개혁 작업이 지금 한창이다. 명칭을 바꾸고 국내 정보 수집 폐지 등 업무와 조직도 대폭 조정할 모양이다. 역대 정부도 이런 개혁은 수 없이 해왔다. 창설이래 이름 바꾼 것만 해도 세번이나 된다. 국정원 개혁의 핵심은 껍데기를 뜯어고치는 게 아니라 국내 정치 상황과 상관없이 언제든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 첫 걸음은 국정원장 임기제다. 정권이 바뀌어도 소신껏 하던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정보 선진국들은 정보기관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대부분 이를 도입했다. 미국의 연방수사국(FBI) 국장 임기는 10년이다. 중국의 국가안전부와 캐나다 보안정보부 수장은 5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다. 설령 임기제를 채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해임하지 않는다고 한다. 독일 연방정보부장과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이 그런 경우로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평균 6~7년간 재임한다. 반면 우리 정보 수장 임기는 1년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환경에서 정치적 중립을 논한다는 게 넌센스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금지를 공언한 바 있다.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리라 믿는다. 국정원이 달라지기를 바란다면 국정원장 임기제는 필수다. 국정원을 더 이상 망가뜨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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