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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순하고 느리게…‘작은 행복’의 비밀
킨포크 PD 줄리의 ‘와비사비 라이프’
작은 것에 만족하고 적게 소유하는 등
삶에서 본질적인게 무엇인지 따져보기

日 기요히코 교수의 ‘나무늘보라도 좋아’
“타인에 피해주지 않는다면 게을러도 좋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 대신 현재 집중 조언


가족과 같은 전통적인 관계의 부담없이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나홀로 족이 대세지만, 한편에선 취미와 기호가 맞는 이들끼리 즐기는 가벼운 모임이나, 아예 낯선 이들, 이웃과 식사를 하며 일상을 나누는 킨포크족도 늘고 있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의 공통점은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찾기이다. 경쟁과 소비 대신 부족함, 단순함에서 오히려 행복을 찾는 즐거움이다.

“꾸미지 않은 소탈함을 받아들이는 삶을 살려면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일상을 즐겨야 한다. 요리나 자기 관리를 도전 과제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러움을 소중히 여긴다. (…)자유롭고 다양한 가치관은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해줄 뿐 아니라 세상을 더욱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어 준다.”(‘와비사비 라이프’에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킨포크’의 총괄 프로듀서였던 줄리 포인터 애덤스는 이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와비사비’라는 생활 태도로 아울러낸다. 와비사비란 일본어 와비와 사비가 합쳐진 말로 사전적 용어는 아니다. 와비는 단순한 것, 덜 완벽한 것, 본질적인 것을 의미하고 사비는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인 오래된 것, 낡은 것을 뜻하며, 이런 둘을 합하면 단순하고 겸손하며 알 수 없고 덧없는 것 속에서 조화와 기쁨을 발견하는 정서가 된다.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며 늘 적게 소유하려고 애쓰는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줄리는 덴마크,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이런 와비사비 라이프를 실천하며 사는 이들을 만났다. 그가 가장 단순하게 살아가기로 삶의 궤도수정을 한 데는 캘리포니아 산불로 집이 전소된 경험이 바탕이 됐다.


줄리의 최근 저서 ‘와비사비 라이프’(윌북)은 이런 그의 경험과 탐색을 바탕으로 와비사비 삶이란 어떤 것인지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저자가 보여주는 와비사비인 것들을 보면, 그 핵심은 무엇이 삶에서 진정 본질적인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그걸 중심에 놓으면 모든 선택이 달라진다. 가령 물건을 고를 때는 오래 쓸 수 있고 질이 좋은 것, 쓰면 쓸수록 더 좋아지는 물건들이 와비사비에 적합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물건을 바라보고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물건일수록 비싸다는 점이다. 저자는 돈이 부족하다면, 더 나은 물건을 살 수 있을 때까지 그 물건 없이 지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권한다.

또한 와비사비는 서둘러 밥을 먹고, 후다닥 대화를 나누고, 휴대폰을 몇 번이나 들여다보며 문자나 이메일을 거듭 확인하는 일을 접는 것이다. 대신 토요일에 할 일을 한 두가지로 줄이고 일요일은 무조건 쉬는 날로 정하거나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든지 가고 싶은 곳을 간다. 편안한 의자에 친구들과 앉아 오랜 시간을 보내거나 천천히 식사를 즐겨도 좋다.

저자가 말하는 와비사비는 혼자 한가로이 즐기는 생활이라기 보다 누군가와 친밀함을 나누는 쪽에 가깝다. 누군가를 초대해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때 삶이 훨씬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억지로 꾸미거나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가 없다. 쿠키나 차 한잔도 좋고 식사 초대라도 국수나, 샌드위치 정도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와비사비를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저자는 한 발 스텝을 일러준다. ▷사소한 일은 그대로 흘러가게 한다▷부족해도 덜 완벽해도 그게 인생이라 믿는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솔직해진다▷마음은 언제나 느긋하게▷산책은 필수▷물질적인 것에 휘둘리지 않는다 등이다.

와비사비스러운 식탁과 집, 삶의 풍경을 담은 250컷의 사진들은 또 하나의 킨포크 잡지를 보는 즐거움을 준다.


생물학자인 이케다 기요히코 와세다대 교수가 쓴 ‘나무늘보라도 좋아’(홍익출판사)는 나무늘보처럼 느리고 서툴러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인류학, 생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들려준다.

저자는 우선 ‘노동의 미덕’이란 신화를 뒤집어 보여준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한 건 농경생활이 시작된 7000년 전쯤으로, 인간은 애초에 게으르게 태어났다는 주장이다. 말레이시아의 세마이족은 최근까지 하루 평균 두세 시간 밖에 일을 하지 않는게 그 증좌다. 그런 뇌가 하루 8시간 이상씩 동원되다보면 과부하가 걸리게 마련. 저자는 현대 사회가 악덕으로 꼽는 게으름과 포기가 그 자체만을 생각하면 마이너스라고 볼 지 모르지만 거시적 관점으로는 반드시 나쁜 것만 아니라는 사실을 일개미의 역할 분담을 통해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태만이 허용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게을러져도 좋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오히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게으른 상태에서 튀어나온다는 것. 일을 통해 정체성을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 취미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조언이다. 저자의 발칙한 주장은 계속 이어진다. 미래를 생각하는 것 역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래는 예측 불가능이기도하지만 커다란 불안감을 동반한다. 알 수도 없고, 예측도 할 수 없는데 우리는 그래도 절반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는 식의 기분으로 살고 있다고 꼬집는다.

‘당신은 무한한 재능이 있다는 긍정의 외침’이 희망적이지 않은 이유, 지나친 자기애가 부작용을 초래하는 이유 등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거꾸로 행복이 쉽고 가까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저자의 흥미롭고 명쾌한 관점은 ‘욜로’의 가치관과 통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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