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소란스러워” “노조 설치면 골치”…시작 전부터 편견 부딪힌 ‘KB노조의 도전’
[헤럴드경제=도현정ㆍ강승연 기자]주주제안을 통해 목소리를 내려던 KB금융노조의 도전이 시작도 하기 전에 편견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고 있다.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는 노조의 도전을 맞아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오전 10시 시작을 2시간여 앞둔 8시께부터 주총에 참석하려는 주주들이 몰렸으나 이를 접수하고 처리할 곳이 적어, 주주들이 주총 참여를 위해 길게 대기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의결권을 위임받은 노조가 이를 등록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KB는 노조가 위임받은 의결권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집계하고, 주주제안을 주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1시간여 정회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도 주주들의 의견이 엇갈리며 소동을 빚었다.


윤종규 회장이 정회를 제안하자 한 기관투자자 대리인은 “집계과정에서 소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주주총회는) 주주가치 제고의 장이지 노사협의의 장이 아니다. 계속 소란 피우신다면 상법에는 의장이 소란에 대해 발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노조를 향해 날선 발언을 했다.

이에 윤 회장은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려면 45분 정도 정회하고 노조가 사후 얘기할 여지 안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정회를 제안했다. 이에 고령의 한 주주는 “노조가 설치는 기업은 골치 아프다. 현대차 보시면 아시지 않나”며 “노조는 정신차려야 한다. 노조가 설치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노조는 노조답게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앞으로 노조가 설치지 않도록 집행부에서 철저히 감시해달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노조측의 반발이 이어지며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KB금융노조는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정관을 개정하는 등의 내용을 주주제안으로 내놨다. 장외 투쟁에 머무르지 않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도권 투쟁’을 한다는 KB노조의 선택에 대해 찬반 여부를 떠나 새로운 방식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학과 객원교수는 “찬반을 떠나 모든 아젠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함께 얘기하는 것”이라며 조급하게 성과를 판단하지 않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0.18%를 보유한 KB금융노조의 제안에 일부 주주들이 의결권을 보탰고, 국민연금까지 가세하면서 출석주식수 대비 찬성률은 정회 전 기준으로 17.22%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가까운 주총에서 이만한 표결을 끌어낸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라는게 금융권의 평가다.

KB금융지주는 다음해 3월 사외이사 대부분이 임기가 끝난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모은 힘을 바탕으로 노조가 다시 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kate0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