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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진 인권은 없냐” 이국종 교수 작심발언
[헤럴드경제=이슈섹션] “(의사인) 우리는 칼을 쓰는 사람이며, 가장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전문화된 일에 특화된사람들이라서 말이 말을 낳는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갈 힘이 없다.”“의료진은 (중략) 매일 변과 피가 튀기는 수술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다”“환자의 인권침해를 말하기 전에 중증외상센터 직원들도 인권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국종 교수(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는 22일 북한군 귀순 병사 병세와 관련 2차 브리핑 과정에서 김종대 의원(정의당)의 SNS 비판이 일자 이를 의식한 발언과 중증외상 의료계의 현실에 대해서 작심한듯 쓴소리를 쏟아 냈다고 보도했다.

22일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국종 교수가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회복 상태 등을 설명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그는 이자리에서 최근 모 의원이 SNS를 통해 ‘인격테러’공격과 외상센터 의료계의 현실에 대해 작심발언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사진=연합뉴스]

이 센터장은 “우리 병원 중증외상센터에는 북한 군인 말고도 환자 150명이 더 있어 (의료진 모두) 다들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라며 “북한군 환자에 대한 저희 의사 입장에서 봤을 때 환자의 인권을 가장 지키는 중요한 방법은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15일 2차 브리핑 과정에서 귀순한 북한 군인의 기생충 감염 등에 관해 언급한 것에 대해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전날(21일) 페이스북에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공개돼 인격 테러를 당했다”면서 “귀순 병사는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하고 말았다”라고 이 센터장을 겨냥한 비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 센터장은 “우리 몸 안에는 변도 있고 기생충도 있고, 보호자에게 통상 환자 소견을 이야기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한다”라며 “만약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가 터지면 어찌 되겠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 같은 사람들은 정책의 도구로서 위에서 만들어 주는 것까지 일할 수 있다”라며 “그저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 들어온 대한민국 청년(귀순 병사를 지칭)이 한국 삶에 기대한 모습은 자신이 다쳤을 때 외상센터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북한군 수술 당시 피로 흥건해져 있는 수술실 바닥 화면에 띄운 뒤 “북한군 청년은 2차례에 걸친 수술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피 1만2000CC 이상을 수혈을 받아가며 온몸의 피를 순환했다”라며 심각했던 당시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아덴만 영웅 ‘석해균 선장’의 치료를 놓고 일부 의료진과 정치권에서 환자를 데리고 이른바 ‘쇼’를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서도 당시의 수술 과정을 담은 프레젠테이션(PPT)을 준비해 반박했다. 이 센터장은 당시 석 선장의 몸에 난 총상과 수술 이후 고름으로 붕대가 부풀어 오른 사진 등을 이번 북한 군인 수술을 계기로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석 선장과 통화해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리기 위해) 오늘 언론에 수술 과정을 공개하는 것을 허락받았다”라며 “의료진은 환자의 인권인 ‘생명 앞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변과 피가 튀기는 수술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센터장은 당시 국내 모 의료기관 관계자가 한 국회 보좌관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외상센터는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환자도 아닌 석 선장을 데리고 와 수술하는 ‘멋진 쇼’를 잘해서 국회 법안과 예산이 통과돼 설립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 메시지 내용에는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을 내세우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센터장은 “의료계가 대한민국 정치권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라면서 “그런 분이 (나를) 사기꾼이라고 말하면,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과연 누구말을 믿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중증외상 의료계의 현실에 대해서도 이 센터장은 “에이즈 환자를 사전에 검사 없이 수술한 적도 있다”라며 “나도 출동하면서 어깨가 부러진 적이 있고 간호사가 수술 중 유산한 적도 있지만, 우리 의료진은 헬기 타고 출동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는 중증외상센터 직원들의 현실을 언론인들이 (의료진들의 그런) 진정성을 다뤄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 센터장은 북한 군인의 상태에 대해 “감염 등 후유증이 더는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상태가 확인될 때까지 적어도 수일 이상 중환자실 치료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이후 환자의 이송과 치료에 대해선 관계 기관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태경 최고위원(바른정당)은 이국종 교수를 비난하고 있는 김종대 의원을 향해 “이국종 교수에게 ‘인격 테러범’ 발언 관련해 사과하라”고 밝혔다.

하 최고위원은 이날 바른정당 원내외 연석회의에서 “이국종 교수는 다섯 발의 총알을 맞아서 죽음 직전에 있던 병사를 기적적으로 살린 생명의 은인인데 인격 테러리스트라고 모독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 최고위원은 김종대 의원이 이국종 교수를 인격 테러라고 한 이유에 대해 북한인권 문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하 최고위원은 “김 의원은 병사의 기생충 문제를 끄집어 낸 것이 일종의 프라이버시 침해, 개인적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안 된다는 관점에서 본 것 같다”면서 “기생충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주민 전체의 문제다. 저도 북한인권운동을 오래했지만, 국내에 탈북자들이 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기생충 약먹는 거다”라고 말했다.

하 최고위원은 이어 “병사 몸안에 기생충이 있다는 사실을 가지고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얘기해야지. 사람을 살린 은인한테 인격 테러리스트라고 해서 되겠나”라면서 “계속 치료를 해야 하는 이국종 교수가 버티기가 힘들다고 할 정도로 충격을 줘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며 사과를 촉구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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