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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농업의 자생력을 높이는 길
19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쌀 부족 국가였다. 정부는 쌀을 아껴먹자는 절미(節米)운동과 잡곡·밀가루를 장려하는 혼·분식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1970년대에는 ‘무미일(無米日)’까지 등장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음식점에서 쌀밥을 팔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한 것이다.

무미일이 폐지된 것은 쌀 수확량이 사상 최초로 4000만석(약 600만t)을 돌파한 1977년으로, 당시 다른 품종보다 생산성이 월등히 높은 통일벼를 개발해 쌀 자급을 이루게 되면서부터다. 쌀 자급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농업 기술의 진보는 농업ㆍ농촌 발전을 이끌어왔다. 생명, 바이오 등 타 분야를 접목하고, 스마트팜 등 농산기술 분야에 젊은 인재의 진출 사례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식물 하나하나의 생육 상황을 모니터링해 필요한 만큼 물과 햇볕을 조절하는 기술력에 이르렀다.

반면, 수입농산물 공세와 농촌고령화 등으로 우리 농업 기반이 위축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50년 전 55%에 달했던 농업인구가 5% 미만으로 떨어지고, GDP 농업 비중이 30%에서 2% 수준으로 감소했다. 농업소득은 수년째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과거 농산물 유통은 생산자 중심이었으나, 소비자 주권이 향상되면서 시장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영세 농가들은 경영난이 깊어질 우려가 있다. 농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과 대안들이 우리 농산물 생산과 소비를 늘리고, 농가소득과 연계되도록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은 높은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에 분명 기회다. 초연결 기술로 농산물 수급, 유통, 소비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면서 전국 농산물의 생산현황, 수급상황, 물류흐름, 구매성향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면 선제적인 수급조절은 물론 소비 변화에 대한 개별 농가의 대응력도 높아질 것이다. 2000년대 IT붐을 통해 디지털 강국으로 우뚝 선 것처럼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우리나라가 정보에 기반한 농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개최한 ‘2018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에서 전문가들은 고령친화식품, 간편식, 기능성식품 시장이 더욱 성장하고, 대체육 등 대용식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농산물 거래에서도 모바일이나 온ㆍ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소비가 정착될 것이라 전망했다. 농식품 생산, 공급, 제조 및 관리, 주문ㆍ배달 서비스의 기술적 발전 외에도 바이오에너지, 스마트팜, 생체재료 등 식품산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ICT를 접목해 신산업을 창출하는 ‘푸드테크(Food Tech)’는 농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농업계가 사회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농식품 소비ㆍ유통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도 농업은 인류의 영원한 화두일 것이다. 어느 누구도 농업 없이는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은 ‘먹거리 증산’이 우리 농업의 최우선 과제였던 반면, 지금은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를 농업인 삶의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변화를 수용하고 뒤따라가는 ‘수동적 발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농업이 기술 변화, 소비시장 변화 등을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적극적 발전’을 시도해야 한다. 열린 시각을 가지고 다른 분야와 교류하며 농업에 필요한 맞춤형 기술을 발굴·적용해 나간다면 고부가가치 농업, 첨단 농업의 새 장을 열 수 있다. 그것이 곧 우리 농업의 자생력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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