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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홍성원 금융재테크섹션 부동산팀장]모텔노예
이별은 칼로 무 베기가 안 된다. 심장이 들쑥날쑥해야 사람이 하는 헤어짐이다. 뜻밖의 화마(火魔)가 갈라놓은 인연을 보는 건 괴롭다. 백년해로를 약속한 상대가 유명을 달리하자, 남겨진 자는 연신 ‘미안하다’고 운다. 좋든 싫든 내 사람, 미운정 고운정 다 든 내 님의 부재는 애달프다.

미정(未定). 새로운 나라가 될 것 같던 지난 1년이 남긴 흔적이 미적지근하다. 모든 구석이 불확실하다. 사건ㆍ사고에만 국한하면 더 뒤숭숭하다. 지진, 낚싯배 사고, 건설현장의 크레인 사고와 대형화재. 적지 않은 생명이 희생됐다. 그들의 사연을 TV로 지켜보며 울컥하느라 진이 빠진다.

이를 구실삼아 ‘2014년 4월의 참사’에 빗대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의 꿈틀거림을 보는 건 불편하다. 상대방을 부인(否認)하면서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시도의 무망함을 모른다면 정치할 자격도 의심해봐야 한다.

우린 왜 속 시원하게 아우토반을 달리지 못하고, 매번 후진적 참사에 뒤뚱대는가. 한국인의 사람됨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쾌함을 갖게 하는 제보가 있다.

A씨는 30대 중반이다. 캐나다 중부 도시의 모텔 쪽방에서 지낸다. 한국에 두고 온 두 살과 네 살배기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상봉은 꿈도 못 꾼다. 속칭 ‘영주권 스폰서’ 눈치를 봐서다. 한국인 모텔 사장은 A씨에게 영주권이 나올 때까지 가족은 데려오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한국인과 만나지도 말라고 했다고 한다. 모텔 허드렛일을 하는 A씨는 첫 달 월급도 받지 못했다. 일 배우는 입장이니 월급을 줄 수 없다는 사장의 말에 주눅만 들었다. A씨는 캐나다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데 2000만원을 투자했기에 중도포기할 수도 없다.

A씨는 국내에서 꽤 인지도 있는 이주공사를 통해 캐나다로 건너갔다. 제보자는 A씨를 ‘모텔노예’라고 했다. 돈도 못 받고, 가족도 못 보면 ‘노예’라는 것이다. 제보자가 아는 한 이 이주공사는 4건의 노예계약에 관여했다. 이 중 2명은 영주권을 받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갔다고 한다.

제보자는 “이주공사 입장에선 (현지 업체가) 계속 사람을 고용해 줘야 하기 때문에, 그 업체가 이민 온 사람들을 착취해도 업체를 배제하지 못하고 계속 연결해준다”고 했다.

계약 자체엔 문제 없지만, 계약을 이행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음습함. 굳이 해외 사례를 얘기할 것도 없이 국내에서도 익숙한 습성이다.

지난 10년간 22만명 넘게 한국 국적을 버렸다. 모국을 떠나기로 결심한 사연은 구구절절하겠지만, ‘헬조선’을 탈출한 그들은 살아선 결코 한국을 잊지 못한다. 되레 조국을 더 많이 증오하고 그리워하며 되뇌인다. 사람이 하는 헤어짐이 그렇다. A씨 같은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게 살펴봐야 할 이유다.

발화점과 임계점을 넘었어도 무덤덤한 게 자랑일 순 없다. 우리 안의 음습함이 곰팡이를 키우고 있다. 바뀌어야 한다는 시그널이 여기저기에서 점멸(點滅)한다. 그럼에도 수 년 뒤 ‘나라다운 나라’에 턱없이 모자란다면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닌 나, 한국인의 나태함 때문이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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