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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연구소장]태릉골프장의 재발견
허술하게 처진 철조망 너머로 눈싸인 태릉골프장 홀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지난 달 중순부터 시민들에게 공개된 경춘선 숲길에서 바라 본 광경이다.

폐역이었던 화랑대역과 협궤열차 등을 보며 옛 철길을 따라 산책하던 중 태릉골프장 홀들이 철길 옆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철조망 사이로 각 홀마다 노송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눈을 즐겁게 했다. 아웃코스인 화랑코스 6번홀(파4)의 멋진 정자와 해저드가 먼저 나타났고, 인코스인 을지코스 3번홀(파5)의 긴 홀이 그린까지 숲길과 함께 나란히 이어졌다.

마침 전날 눈이 많이 내려 골프장은 휴장이어서 고요한 정적속에 파묻힌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태릉선수촌 옆 스포츠개발원에서 운영중인 스포츠둥지기자단 연말 수료식에 참석하던 중 시간을 내서 걸었던 경춘석 숲길에서 군에서 운영중인 태릉골프장을 보면서 수년 전 가깝게 지내는 예비역 장성과의 라운드가 떠올랐다. 태릉골프장 옆 육군사관학교 교장을 지내기도 한 그와 함께 라운드를 하면서 태릉골프장의 역사에 ‘감춰진 진실’을 설명들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위치한 유일한 골프장인 태릉골프장은 지난 1966년 군부대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9홀로 개장됐다. 1번홀은 1사단, 2번홀은 2사단, 11번홀은 11사단 등에서 맡아 공병대를 통해 공사를 했으며, 사단 번호가 없는 홀의 경우 10번홀은 육군본부, 13번홀은 육군사관학교 등 행정부대나 군교육기관 등에서 각각 맡아서 홀을 완공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 예산으로 돈을 들여 미국과 같은 골프장을 짓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군부대의 인력을 적극 활용했던 것이다. 1970년 9홀을 증설해 정규 18홀이 된 태릉골프장은 한국골프 초창기 한국오픈 겸 아시아서키트 대회 4회, 대통령배 아마 골프선수권대회 3회 등 많은 공식 경기대회를 개최하며 한국골프 발전에 기여했다.

태릉골프장의 역사는 각 홀마다 설치된 홀안내 표시석과 현황판에 잘 나타나 있다. 홀 마다 홀 공사에 기여한 각 군부대 마크가 새겨져 있고, 전체 현황판엔 오랜 역사의 내용을 정리해 놓았다.

한국 역사의 영웅으로 이름난 화랑, 을지문덕 장군을 기려 코스이름을 지은 것은 후손들에게 안보관과 국가의식을 고취시켜려 한 의미로 해석된다.

한 때나마 태릉골프장의 홀안내 표시석에 각 군부대 마크가 사라진 적이 있었다. ‘군사문화의 적폐’라는 이유로 군부대 마크를 없애고 홀 넘버 표시만 했었다. ‘순수 역사성을 지켜야 한다’는 정직하고 뜻있는 예비역과 현역 회원들의 적극적인 제언으로 수년 전 군부대 마크가 새겨진 홀 표시석이 다시 설치됐다.

태릉골프장을 비롯한 군골프장은 시대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많은 변화를 보였다.

지난 해에는 만기제대한 예비역에게는 그린피를 10% 할인해주며 일반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와 군이 북핵, 미사일 위기로 불안한 남북관계 속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경춘선 숲길의 정식 개장과 함께 국민들앞에 훤한 모습을 드러낸 태릉골프장의 재발견을 통해 달라진 군 위상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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