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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말미암을 유(由)를 위하여
무술년이 밝았다. 새로운 해는 언제나 희망차다. 작년보다는 삶이 나으리라는 기대, 작년보다는 성취가 클 것이라는 소망이 샘솟는다.

2017 한해, 유난히 힘들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북핵 위기, 깊은 불황과 대형 사건사고로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혼란이 컸고, 민초들은 일년내내 상처를 받았다.

‘사자성어’로 매년 한해를 정리하는 교수신문이 2017년을 요약하는 단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ㆍ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따른다)을 꼽은 것은 그만큼 격동의 한해였다는 것을 방증한다.

유통가 역시 고난의 한해였다. 복합쇼핑몰 규제 논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유난히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내부적으로 곪을대로 곪은 민낯도 드러냈다. 특히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불거진 갑질논란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노출했다.

모 프랜차이즈 대표의 성추행 의혹, 모 프랜차이즈 회장의 막말논란과 강매, 그리고 보복출점 의혹 등 1년내내 유통가는 시끄러운 잡음에 휩싸였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빌미를 제공, 어느때보다도 개혁과 자성을 요구받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협회는 이에 스스로 갑질 근절안을 내놓고 반성모드를 취했지만, 민심은 등을 돌렸다. 2018년 유통가가 고객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반성과 성찰을 게을리해선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는 올해 유통가가 고객의 믿음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선 말미암을 유(由) 자(字)의 의미를 곱씹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제안하는 2018년의 한자어인 셈이다.

말미암을 유(由)는 ‘어떤 현상이나 사물 따위가 원인이나 이유가 되다’는 뜻이다. 사물의 자연스러운 이치를 뜻한다.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핵심어인 자유(自由)에 쓰이는 단어다. 합리적으로 사물의 이치에 맞게 행동하면서, 스스로 책임을 지는 범위 내에선 자유를 만끽한다는 뜻에서 유(由) 자의 존재가치는 빛난다.

견강부회일 수 있으나, 유(由)는 갑(甲) 자를 180도 비틀어놓은 것과 같다. 지난 한해 유통가를 휩쓸었던 갑질논란의 배경은 인간의 오만과 욕심이 낳은 폐해였다. 졸부 근성과 비도덕적 경영관이 신성한 시장경제를 위협했다. 결국은 그 거대 갑(甲)은 시장의 심판에 의해 휘청거렸고, 180도 고꾸라졌고, 겉으로 보기엔 유(由) 자 모양을 취하게됐으니 2017년을 그리 헛되게 보내지는 않은 셈이다.

2018년은 그래서 갑의 횡포가 사라지고, 온건과 합리, 배려가 어우러지는 사회, 그런 시장경제질서가 작동하는 첫해가 됐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다. 그 출발점을 유(由) 자와 함께 한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겠다 싶다.

무술년이 밝으면서 2018 유통가도 새로운 한해를 맞았다. 마음이야 희망이 솟구치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이 벽으로 다가온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 복합쇼핑몰 규제와 같은 초강력 제재, 대내외적인 시장 악재 등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극복할 정답은 없지만, 일부의 답은 유(由) 자가 제공할 것이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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