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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한미공조’와 ‘北 평창 참가’…정교한 대북 협상 필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가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1일 조선중앙TV로 방영된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대표단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에 대해 평창 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 재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당장이라도 남과 북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을 듯한 기세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시사는 우리로선 일단 반가운 일이다. 적어도 북한의 도발과 안전문제를 걱정하는 각국 선수단에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더욱이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진정성도 어느 때 보다 높아 보인다. 북한 주민 전체가 지켜보는 가운데 언급된 것인 만큼 그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크다는 것이다. 북한의 평창 참가는 인류 평화의 제전이라는 올림픽의 정신을 살리고 나아가 ‘평창 성공’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저런 조건들이다. 북한은 올림픽 참가 논의의 전제로 한미연합군사 훈련 중단하고,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배치를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단지 그 이유라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올림픽 기간을 전후한 한미군사 훈련 중단을 요청한 바 있고, 미국 역시 신중한 반응이지만 굳이 강행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평창 참가’는 그 이상의 의도를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당근을 내밀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궁극적으로는 한미 동맹에 균열을 내겠다는 속셈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대한 핵 협박에 할애한 것이 그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그는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이루었다고 강조하며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로 적전분열을 유도하는 전형적 수법이다.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 제안에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신중할 필요는 있다. 대화의 물꼬를 터 꽉 막힌 남북관계를 열어가는 것은 좋지만 북한의 무리한 정치적 요구를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해야 한다.
평창 올림픽 개막이 임박한 만큼 북한 참가를 위한 남북 협의가 곧 시작될 게 분명하다. 한미 공조와 대북제재의 국제 협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북한의 참가를 끌어내는 정교하고 신중한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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