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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점을 터는 재미, 도시樂
건강 바람 타고 저염·저지방 프리미엄 제품 속속 등장
다양화 바람 타고 가격도 종류도 ‘골라먹는 맛’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1인 가구의 증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이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조2542억원(2016년)으로 전년도의 1조6720억원보다 34.8% 성장했다. 그 중 도시락ㆍ김밥ㆍ샌드위치와 같은 즉석 섭취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8.7%나 됐다.

편의점 도시락은 ‘가성비의 상징’이었다. 저렴한 가격 덕에 주머니 가벼운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간단히 한끼를 때울 수 있는 식품의 대명사였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젠 가격도, 식재료도,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몇 해전 편의점 도시락의 가격은 3500원이 기준이었다. 업계의 입장에서 (당시 기준으로) 도시락은 상당한 손해를 보면서 만드는 상품이었다”며 “도시락을 통해 매출을 올리겠다는 의도가 아닌 도시락과 더불어 담배, 커피 등의 각종 기호식품을 함께 소비하게 만드는 ‘미끼 상품’으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시락은 이제 그 자체로 상품성이 높아졌다. 농림부에 따르면 2016년 1인용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63.1%가 늘었다. 


다양해진 편의점 도시락=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확장은 유명인사의 이름을 내건 도시락이 등장하면서다. 문 교수는 “백종원 도시락, 혜리 도시락 등이 등장하며 편의점 도시락 산업의 파이가 급격하게 커졌다”며 “규모의 경제가 생기며 편의점 도시락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졌다”고 봤다.

유명인 도시락의 등장은 DJ D.O.C의 ‘김창렬 도시락’이 먼저였으나 인기를 모은 것은 2010년이다. GS25에서 ‘김혜자 도시락’이 출시되면서다. 이 도시락은 출시 초반엔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이후 가격 대비 다양한 반찬과 상당한 양으로 ‘혼밥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업계 강자로 자리잡았다. 이후 ‘쿡방’(요리하는 방송)의 선두주자인 ‘백종원 도시락’(CUㆍ2015년 12월 첫 출시)이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새 역사를 썼다. 백종원 도시락은 편의점 역사 27년 만에 처음으로 도시락을 매출 1위 상품으로 올려놨다. ‘혜리 도시락’(2015년 3월 첫 출시)은 세븐일레븐 최초로 단품 도시락이 매출 상위권에 올려간 사례다.

현재는 다양화로 접어들었다. 문 교수는 “편의점 도시락은 3500원부터 8000원~9000원에 이르는 다양한 가격대의 도시락이 공존하는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도시락이 건강해진다=가격의 다양성은 곧 식재료, 품질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이젠 편의점 도시락도 ‘고급 식재료’를 찾아나선 상황이다. 밥맛을 좌우하는 쌀부터 품질 강화(CU 신동진 쌀)에 나섰고, 밥 소믈리에(세븐일레븐)도 등장했다. 노르웨이 생연어나 제주산 돔베고기가 올라간 도시락도 나왔다. 민물장어도 편의점 도시락을 통해 맛볼 수 있는 때가 됐다.

식재료의 품질이 높아진 것은 물론 영양 불균형도 해소됐다. 그간 편의점 도시락엔 당이나 나트륨 함량과 칼로리가 높다는 문제점이 자주 제기되곤 했다. 한국교통대 식품영양학과 김미현 교수팀이 편의점 식품을 조사 분석한 결과, 한 끼 식사대용으로 섭취할 수 있는 밥류(도시락ㆍ한그릇 음식ㆍ국밥ㆍ김밥ㆍ삼각김밥ㆍ죽)의 칼로리는 391.9kcal, 당류는 5.1g이나 됐다. GS25의 ‘정통 고메 함박 스테이크’의 경우 나트륨 함량이 일일 권장량의 69%, CU의 ‘함박스테이크’ 제품은 5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엔 저염ㆍ저지방ㆍ저칼로리로 영양 균형을 맞춘 건강한 도시락도 등장했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최근 프리미엄 도시락과 샐러드, 샌드위치를 중심으로 한 ‘클린푸드’도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단백질과 신선한 채소, 퀴노아같은 슈퍼곡물 등의 건강한 식재료로 영양균형을 맞췄다. 그 중 밀박스(Meal Boxㆍ도시락류) 4종은 나트륨 함량이 1일 권장량의 16~22% 수준이다. 지방은 1일 권장량 대비 최소 5%, 최대 31%다. 열량은 135~495㎉이다.
달라진 식재료와 품질을 반영하듯 심리적 가격 저항선도 높아졌다. 문 교수는 “지난해 기준 심리적 가격 저항선을 4900원까지 올라갔다고 봤다”며 “현재 편의점 도시락은 프리미엄 시장으로 접어들며 5000원대로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급 식재료가 담긴 프리미엄 도시락에 대한 반응이 좋다. GS25에 따르면 올해 1~8월 4500원 이상 프리미엄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7% 증가했다. 4000원 이상 제품의 매출 비중은 2014년 34%에서 3년 만에 44%포인트(2017년 78%)나 늘었다. 이마트24의 클린푸드 역시 1인가구와 직장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따라 앞서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33개 점포에서 테스트 판매, 소비자 선호도 검증을 마치고 이마트24의 전국 점포로 확대했다. 


편의점 도시락의 미래=다채로워진 편의점 도시락 시장에서 눈에 띄는 트렌드는 있다. 어떤 식재료가 들어가든 동물성 단백질의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주요 편의점 도시락 반찬을 집계한 결과(서울대 푸드비지니스랩) 도시락 1개당 평균적으로 육류 반찬 2.8종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교수는 “현재 육류의 조리방식이 제한적이다. 앞으로는 식품 가공 관점에서 보다 다양한 육류와 조리법이 적용된 동물성 단백질이 편의점 도시락의 미래를 이끌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확장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한하다. 다만 질적 개선과 시장 확대를 위한 선결과제는 있다. 도시락의 유통 법규 개선과 로컬푸드의 활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은 4℃ 이하 냉장유통을 해야한다는 법규가 마련돼있다. “탄수화물은 4℃ 이하로 내려가면 노화가 진행돼 다시 데워도 밥맛이 살지 않기 때문”(문정훈 서울대 교수)이다. 일본의 경우 도시락의 상온 유통을 통해 시장의 성장을 꾀할 수 있었다. 문 교수는 “도시락은 상온 유통을 통해서도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것이 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부분이기도 하다”며 “상온 유통을 통해 시장의 확대가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반성장을 위한 로컬푸드의 활용도 필요하다. 문 교수는 “지역 농업인이 지역 특산농산물을 납품해 지역에서 특화된 도시락을 만들어 커뮤니티 비즈니스 형태로 확대된다면 보다 다양한 도시락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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