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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shithole’이라는 8번째 ‘지옥’
미국이 주요 선진국 20개국 가운데 아동 사망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비영리 국제연구단체가 발행하는 건강의학정책 전문지 ‘헬스 어페어’ 최근호에 게재된 연구보고서 ‘미국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상위 19개국의 50년간 유아 사망률 추이 분석’이 밝혀낸 사실이다. 이에 따르면 호주, 캐나다,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영국 등 OECD에서도 가장 부자인 나라 20개국의 1960년부터 2010년까지의 50년간 유아사망률을 살펴본 결과 미국에선 생후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나머지 나라의 평균보다 76%나 높았다. 성인(20세)이 되기 전 사망할 확률은 57%나 높았다.

지난 50년간 미국에서 조기사망한 60만명은 만약 다른 선진국에 태어났더라면 평균적인 수명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 보고서의 추정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도 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미국의 15~19세 청소년이 총기로 사망할 확률은 다른 비교 대상국보다 무려 82배나 높았다. 보고서는 미국의 높은 조기사망률이 지속적인 고(高)빈곤율과 교육정책의 저성과,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회안전망 등과 관련이 깊다고 봤다.

연구보고서 공동저자인 아쉬쉬 P. 타크라르는 “모든 아동에겐 수명을 온전하고 건강하며 안전하게 누릴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그러나 연구결과는 우리 사회가 지난 수십년간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며 (아동) 권리 보장에 실패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미국의 평균 기대수명은 지난 1960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 2015~2016년 2년 연속 하락했고, 1980년대 이후 주요 선진국 중 아동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혀왔다.

이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ㆍ국가비하 발언이 일파 만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이민개혁 해법을 논의하던 중 아이티 등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해 “우리가 왜 ‘거지소굴’ 같은 나라들에서 이 모든 사람이 여기에 오도록 받아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말로 ‘똥통’쯤으로 번역될만한 ‘쉿홀’(shithole)이란 단어를 썼다. 미국에 유입되는 난민ㆍ불법 이민자들이 많은 빈곤ㆍ저개발국을 경멸적으로 이른 말일텐데, 최근 아동사망률에 관한 통계를 보면 미국이라고 과연 다른 나라를 비난할만한 자격이 있는가 싶다.

욕설을 사용한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헬스 어페어’의 보고서는 과연 국가가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와덕목이 무엇인지에 대해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 ‘신과 함께’는 지독히도 힘들었지만 남을 위해 살았던 한 소방관이 저승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에는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등 인간의 생전 죄를 심판하는 7개의 지옥이 있다. 국가와 정부도 심판을 받는다면, ‘아동을 빈곤과 사망으로 내모는 죄’는 아마도 7개 가지의 모든 죄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쉿홀’이라는 여덟번째 지옥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든다. 생전 배제와 차별, 증오의 언어를 쏟아낸 사람들이 가는 지옥 말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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