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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보존·경제성장 ‘손잡고’ 함께 갈 수 있다
‘자연훼손’ 원인제공자가 비용 부담
제프리 힐 교수 획기적 모델 제시
“지금까지 엉뚱한 신 숭배” 비판
숲·석유·토양 등 ‘자연자본’ 보호
‘피구세 도입’ 사회보장에 활용 제안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손실이 연간 11조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서울의 대기오염 수준은 중국 베이징, 인도 뉴델리와 함께 세계 최악으로 꼽힌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지자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 결과, GDP(국내총생산)는 올라간다. 국민의 고통이 심각한데 경제사정은 나아졌다는 얘기다. 이 이상한 경제논리가 작동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한 이는 환경경제학의 대부 제프리 힐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다.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어느정도의 환경파괴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제프리 교수는 ‘자연자본’(여문책)에서,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환경과 경제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좀더 친환경적인 시장경제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시민들 역시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행동해야 한다. 오염자 부담 원칙을 도입하고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자면 모든 외부비용을 내부로 끌어들여야 한다.”(‘자연자본’에서)

제프리 힐 교수의 환경경제학은 공기나 물, 기후, 식량 등 지금까지 경제적 가치를 별도로 부여하지 않은 자연을 경제학적으로 고려하는 데서 출발한다.

자연과 경제적 성공, 생산성의 관계는 자명하다. 가령 곤충과 새, 박쥐의 가루받이는 농업에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 과정이 없다면 우리가 소비하는 식량의 3분의 1은 생산할 수 없다.

역으로 자연이 훼손되면 경제적 가치 역시 파괴된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의경우 지표면의 오존 농도가 높아지면서 과일과 채소 수확량이 감소했다. 극심한 대기 오염에 시달리는 중국 도시 지역의 경우 기대수명이 5년 6개월 잛아졌다. 일인당 수명이 7~8퍼센트나 줄어든다는 건 인적 손실은 물론 경제적 손실이다.

저자는 경제와 환경이 충돌하게 된 핵심적인 원인을 시장의 실패에서 찾는다.즉 무엇을 어떻게 생산해 누가 소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경제활동의 기본을 구성하는 시장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자연을 망가뜨리는 시장경제의 결함을 고치는 저자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어떤 행동이 유발하는 모든 비용을 그 행동을 일으킨 사람이나 기업에 부담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장을 운영한다고 가정할 때, 지금까지 비용은 임금과 원재료, 에너지, 건물, 자본 등과 관련된 것들로, 손익계산서의 매출원가 항목에 해당한다. 경제학자들이 ‘사적비용’이라 부르는 비용이다. 그런데 공장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형태의 비용이 있다. 이 비용은 공장의 소유자가 아닌, 공장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행동이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를 ‘외부비용’으로 부른다. 가령 공장이 공기를 오염시키면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모든 사람이 비용을 치르게 된다. 오염된 공기는 외부로 비용이 전가된 것이다.

공장 운영이나 숲 벌목, 차량 운행, 석유 시추 등으로 발생한 비용은 행위자가 모두 부담하지 않고 상당부분 제3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 모든 비용을 전액 부담시키면 공해를 유발하는 행위가 현저히 줄거란 예상이다. 손익계산서에 기재되지 않는 외부비용을 모두 내부로 끌어들이는게 시장결함을 해결하는 열쇠라는 얘기다.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유지의 비극도 마찬가지다.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건 흔히 내 자유라고 할하지만 다른 어부가 쉬는 날, 물고리를 잡으러 나가 소득을 올리는 건, 다른 형태의 외부비용이다. 다른 어부가 잡을 수 있는 물고기가 줄어들어 외부비용이 시장의 다른 참여자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저자는 모든 천연자원의 소유자를 분명히 하는게 공유자원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공유자원의 범주는 물고기, 숲, 석유, 토양 등 넓다. 저자는 이를 ‘자연자본’이란 용어로 부른다. 환경변화를 야기하는 경제활동을 비용에 편입, 총비용에 넣음으로써 신중한 경제활동으로 이끄는 게 목적이다.

저자는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결코 상충되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수산물 남획과 산호초 파괴, 습지 개간, 항생제 내성, 오존층 파괴, 산성비 등 여섯 가지 사례를 조목조목 다루면서 외부효과를 따져나간다.

공장형 축산의 경우, 외부비용을 국민이 부담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항생제 대량 살포로 내성을 갖는 세균이 발생해 치명적이다.

산성비는 화석연료를 쓰는 지역의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외부비용이다.

이런 외부비용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저자의 현실적인 대안은 외부효과에 피구세를 부과하고 그 수익으로 소득세나 법인세를 인하하거나 사회보장에 이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여태껏 엉뚱한 신을 숭배해왔다며, 이제 경제적 종교를 바꿀 때가 됐다고 말한다. 범죄율 증가나 태풍의 피해를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로 계산하는 통계 시스템에서 자연자본의 변화를 계산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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