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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반, 대우건설 인수 임박] 3년간 10곳 저울질…‘보수경영’ 김상열의 승부수
무차입·탄탄한 자본 ‘차돌경영’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산업은행이 진행한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가해서다.

산업은행은 단독입찰도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분할인수’ 조건 등에 이견이 없다면 오는 26일 즈음 발표 예정인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고 표현하고 있다.

2016년 기준 호반건설 매출은 1조2000억원으로 대우건설(10조9857억원)의 10분의1수준에 불과해서다. 호반건설이 최근 급성장해 건설업 시공능력순위 13위(2017년 시공능력평가 기준)까지 올라왔지만, 대우건설(3위)에는 아직 한참 못미친다.

광주 전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호반건설은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아파트 전문 중견건설회사다. 김상열 회장이 28세 때인 1989년 자본금 1억원으로 창업해 광주 지역 임대아파트 사업으로 첫 출발했다.

호반건설은 경제 위기 때마다 외형을 넓히는 ‘역발상’ 전략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건설업체들이 헐값으로 내놓은 각종 토지를 사들여 아파트 분양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위기 때마다 기회를 만들 수 있었던 건 김 회장이 고수한 ‘분양률 90% 원칙’과 ‘무차입 경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미 분양한 단지의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 분양을 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 미분양 위험을 피했고, 빚을 최소화한 게 성장을 밑거름이 됐다.

주택시장이 아무리 활황기를 지나고 있어도 무리한 사업 확장을 하지 않고, 안정적인 사업 기조를 유지해 ‘보수경영’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호반건설은 성장을 거듭해 자산 총액 7조원, 재개 서열 47위까지 외형을 키웠으나 여전히 부채비율이 20%를 넘지 않않는다. 그런 호반건설이 2010년 이후 조금씩 달라졌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 뛰어들었다. 그간 성장의 발판이 돼 온 공공택지 주택 사업이 계속 축소되고 있었던 터여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가여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종합기술,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3년간 10곳의 M&A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중 울트라건설과 제주 퍼시픽랜드는 M&A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주력인 주택시장에서 더 이상 대형 택지지구 아파트 단지 분양 중심으로 사업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도심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데 대응하기 위해선 ‘알려진’ 유명 브랜드가 필요했고, 국내 주택사업 중심에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필요했다. 마침 대우건설이 M&A 시장에 나오자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난 후 실패했던 사례를 잘 알고 있다”며 “M&A에 성공한다면 대우건설이 그동안 해온 경영 방향을 최대한 존중하고 지원하는 데 집중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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