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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美세이프가드 발동, 부당하나 경쟁력 높이는 계기돼야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이 미국에서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들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라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권고안을 승인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가정용 세탁기는 120만대까지 20%, 이후 초과분은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태양광 제품은 첫해 30%의 관세를 물린다. 순차적으로 2~5%포인트씩 매년 낮아지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제재 수위가 높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연 300만대 정도 수출하는 세탁기와 13억달러 가량 내보내는 태양광 업계는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소비자 가격이 올라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걱정스러운 대목은 미국의 보호주의 장벽이 한층 높아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고 취임 첫해 이를 줄곧 강조해 왔다. 그러다 해가 바뀌어 집권 2년차에 들어서면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섰고, 그 첫 작품이 이번 조치인 셈이다. 앞으로 철강 등 다른 품목으로 제재 범위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서도 보호무역을 강화해 나갈 게 뻔하다. 전문가들이 이번조치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무역전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고 보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미국발(發) 보호무역 파고가 거칠고 수출 전선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건 맞지만 차분하게 대응하면 넘어서지못할 것도 없다. 우선 상대적 약자인 우리로선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다자 체제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 WTO 협정에 위배되며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건 당연하고 적절했다. 실제 세이프가드는 급격한 수입증가나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줄 때 발동이 가능한데 이번에는 그런 조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 미국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전에도 여러 차례 우리가 승소한 바 있다. 단호하게 맞서야 미국의 일방적 횡포를 저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태국 등 비슷한 처지의 피해국과의 공조는 필수다.

통상은 총성없는 전쟁이다. 전투력과 전략을 겸비해야만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신규 시장을 더 확보하는 등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제품의 다양성과 기술 경쟁력도 높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철강 반도체 등 추가 피해 가능성에도 정부와 해당 업계가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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