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특별기고-성대규 보험개발원 원장]만족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사는 지혜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공부와 입시에 찌든 학생들에게 위로를 주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사람들은 순위를 중시한다. 반에서 몇 등, 전교에서 몇 등인지가 중요하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는 선수는 기억되기 쉽지 않다. 메달도 금메달이 아니면 환호의 목소리가 작다. 개인 순위 뿐만 아니라 나라의 순위도 중시한다.

경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를 신뢰하는 국민의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1위는 놀랍게도 인도이다. 러시아도 58%의 지지로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캐나다, 독일, 영국 등 전통적인 선진국도 상위 수준에 있다. 우리나라 순위는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독일의 어느 국제투명성단체가 발표한 2016년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52위로서 르완다 보다 뒤에 위치하고 있다. 다른 나라를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고는 도무지 보기 어렵다.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는 매년 논란거리이다. 우리나라 금융업의 경쟁력은 우간다와 막상막하라서 쓴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2017년 조사 대상 130여 국가 중에서 74위이다. 세계 10대 교역대국의 자존심이 이만저만 구겨짐은 말할 것도 없고 금융관계자들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과연 우리나라가 그렇게 형편없는 나라일까? 물음에 답하기 전에 국가 간 순위를 비교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 어쩌면 모두가 아는 두 가지 사항을 먼저 반복해 보자.

첫째 설문조사에 의한 평가가 많다는 점이다. OECD의 정부 신뢰도 평가는 ‘중앙정부를 신뢰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로 이루어진다. 객관적인 수치에 의한 비교가 아니다. WEF 국가 경쟁력도 설문조사에 의한 평가 항목이 상당히 많다. 금융업의 경우 평가항목 8개 중 7개가 설문조사이다. 객관적으로 경쟁력이 우수하더라도 설문을 받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그러하지 않다고 여기면 순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WEF 조사의 경우 객관적 통계만을 보는 거시경제와 인프라는 각각 세계 2위와 8위인데, 설문 조사가 많은 노동시장의 효율과 금융시장 성숙도는 각각 세계 73위와 74위이다.

둘째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OECD에 29번째로 가입한 국가다. 국력 순위로 가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선진국 클럽인 OECD의 가입 순서를 완전 무시할 수는 없다. OECD 국가 중 어떤 분야에서 중하위권에 속한다 할지라도 낙담할 정도는 아니다.

국가 간의 비교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법과 제도를 더 개선하여 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국가 간 비교가 갖고 있는 한계와 맹점을 알지 못할 경우 우리 스스로 자신과 국가의 위상을 과도하게 평가절하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매년 이천 만 명 이상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한다. 여행해 본 사람은 우리나라 경쟁력이 과연 중하위권에 불과한 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국가 간 비교의 실상과 한계를 아는 것이 남보다 더 잘하기를 요구 받는 우리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사는 지혜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