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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대형 참사 이어지는데도 관련 입법 손놓은 국회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 현장에 몰려든 정치인들의 ‘네탓’ 공방이 볼썽사납다. 38명이 사망하는 초대형 참사로 온 나라가 초상집 분위기인데 상대방 책임을 거론하며 흠집내기에만 혈안이다.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소방안전 관련 법안들은 1년이 넘도록 처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직무유기가 없다. 이러니 정치권의 무책임과 무능이 잇단 대형 화재로 이어지며 희생을 키운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정치권은 미비점을 보완하는 관련 법안 개정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며 호들갑이다.하지만 늘 그 때 뿐이다. 여론의 관심이 잦아들면 해당 법안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소방기본법, 도로교통법, 소방산업진흥법 등 5개 법안을 무더기 통과시켰다.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는 불법 주차 차량 과태료 부과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이다. 발의된 지 14개월이 됐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제천 화재 사고가 나자 부랴부랴 심의를 마친 것이다. 그나마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아직 상정도 안됐다. 설령 여야 합의로 법사위를 통과하더라도 국회 본회의까지는 한달 가량, 발효까지는 6개월을 또 기다려야 한다.

밀양 참사를 불러온 원인으로 지목된 스프링쿨러 설치 의무화 역시 관련 법 개정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탓이 크다. 지난 2014년 5월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고가 난 뒤 요양병원에도 스프링쿨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건물 규모가 아니라 병원 환자들의 나이와 피난 속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논의과정에서 연면적 5000㎡ 이상 또는 500명 이상 경우에만 스프링쿨러를 설치토록 수정됐다. 그 바람에 밀양 세종병원같은 중소병원들이 대상에서 제외됐고, 결국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화재 관련 법안만이 아니다. 홍수 폭염 한파 등 각종 재해 관련 법안들도 대형 재난이 닥치면 이중 삼중 발의되지만 국회 문턱을 넘어 발효되는 것은 많지 않다. 포항지진 이후 44건의 관련법 개정안중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11건에 불과하다. 지난 연말 제천 화재 이후 13건의 관련법이 발의됐으나 처리된 건 아직 한 건도 없다.

입법 공백이 계속되는 한 유사한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다중 이용시설 등에 대한 전면전인 안전점검을 한다니 그 결과를 토대로 조속히 법안을 정비해 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재난현장에서 사진찍고 정쟁이나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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