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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北 금강산행사 일방 취소, 잠복됐던 문제 터진 것
북한이 2월 4일로 예정된 금강산 남북합동문화공연 행사를 취소한다는 전통문을 29일 밤 우리측에 갑자기 보내왔다. 서로 합의한 사항을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무례다. 그런데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남북한 합의를 이런 식으로 어긴 게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19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방남 일정을 취소했다 번복하는 소동을 벌인 바 있다. 개인간 합의사항도 이처럼 함부로 여기지는 않는다. 어렵사리 마련된 남북대화의 장을 걷어 차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북한은 금강산 행사 취소 이유를 우리 언론 탓으로 돌렸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북한의 진정어린 조치들을 남측 언론이 모독했고 특히 북한 내부 경축행사까지 시비를 걸기 때문이란 것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핑계일 뿐 실제 복합적인 사정이 따로 있는 듯하다. 우선 북한이 금강산 행사조차 제대로 치를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사정이 열악하다는 게 드러났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북이 합의한대로라면 북한에서 열리는 행사는 모두 북측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금강산행사에 필요한 전기와 무대 장비까지 남측이 모두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발전기 돌릴 전기조차 조달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대북제재가 효과적이었다는반증이다.

행사에 필요한 경유 1만ℓ를 보내 주는 건 어려울 게 없다. 하지만 아무리 소량이라도 이게 유류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미국의 대북 제재에 위배되는 건 사실이다. 대북 제재의 핵심을 우리 스스로 무너뜨릴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도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북제재의 효과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북측이 먼저 행사 중단이란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공연이 열릴 예정인 금강산문화회관은 북측이 몰수한 남측 자산이다. 자신들이 빼았은 시설을 우리측이 점검하고 재가동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장소만 북측일 뿐이지 공연장도, 시설과 장비도, 심지어 전기와 기름까지 우리가 다 부담하는 것은 누가 봐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결국 우리 정부가 북한의 요구를 너무 쉽게 받아준 탓이다. 북한을 달래며 어떻게든 평창올림픽 참가를 유도하려는 의도는 얼마든지 이해하지만 조금은 더 치밀하고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 의도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거세다. 앞으로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이번 무례는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사안이다. 차제에 대북 대화 전략 전반에 대해 세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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