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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문 대통령 장차관 질타, 유체이탈 화법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장차관 워크숍을 주재한 자리에서 공직사회를 강하게 질책했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라”, “국민의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하라”, “현장 목소리를 들어라”는 등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혁신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공직사회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에 대한 강도 높은 지적이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질책은 어디 하나 틀린 데가 없다. 부처 간 소통과 협업을 강화해야 정책 집행 과정의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들이 받아들이고 공감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은 그야말로 혁신의 대상이자 청산해야 할 적폐다.

그런데 이 모든 말들이 웬지 공허하게 들린다. ‘국가 재난’ 수준인 청년실업, 꼬일대로 꼬인 최저임금 논란, 가상화폐 정책 혼선, 영유아 영어교육 혼란, 뒷북치는 부동산 대책 등 집권 2년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대부분이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제천과 밀양 등에선 대형 인명 참사까지 잇달아 발생했다. 이게 다 장 차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지적인 셈인데 그렇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대선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탓이다. 그러다 정책이 잘 풀리지 않자 그 책임을 공무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유체이탈 화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집권세력이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게 현실과 맞지 않으면 돌아가는 탄력적 판단도 필요하다. 해당 공무원들을 다그치고 길거리로 내몰아 정책을 홍보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최저임금 논란만 해도 그렇다.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기금을 나눠준다고 해도 한 달이 되도록 신청률이 1%에도 안된다. 이걸 받으려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사정이 어려운 영세기업들로선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길거리 홍보보다 이런 점을 세밀히 헤아려야 정책의 효율이 높아진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변경여부를 결정해야 할 당사자는 문 대통령 자신이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은 호된 질책을 받아 마땅하나 그만큼 본인 스스로도 최근 정책 혼선의 근본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이날 워크숍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문 대통령은 “사전에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불통’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런 자세로 국민의 공감을 얻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남은 4년 여의 기간은 결코 짧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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