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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류경기 前 서울시 부시장]망우리공원, 역사문화·생태공원으로 재탄생해야
망우산 마루에 오르면 서북쪽으로 봉화산, 중랑천, 동남쪽으로는 용마산, 아차산, 한강이 보이는 배산임수의 명당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망우는 ‘근심을 잊는다’는 뜻이다. 조선 태조가 무학대사와 함께 검암산에 건원릉을 정하고 아차산 북쪽 기슭 고개에 어가를 멈추고 쉴 때에 “선침(仙寢, 왕릉)을 정했으니 근심을 잊겠구나”라고 하면서 고개 서쪽 마을을 ‘망우(忘憂)’라고 했다.

임금에게 하사받은 ‘망우’는 영예로운 이름이라 해 이곳 사람들은 긍지를 가지고 살아왔다. 하지만 일제가 1933년 이곳을 공동묘지로 지정, ‘망우리’의 역사성을 훼손해 망우리는 죽음의 대명사가 돼 지역민도 기피하는 이름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근심을 잊는다는 ‘망우’가 근심거리가 되어 버린 것.

일제 강점기에 잃어버린 ‘망우’의 참뜻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옛사람들은 ‘논어’의 ‘낙이망우(樂而忘憂)’를 이미 알고 있었다. 한동안 공동묘지가 돼 주민에게는 근심스런 장소였으나 이제는 묘비명을 읽고 걷는 행위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소인다우(小人多憂)요 대인망우(大人忘憂)의 시대가 됐다.

망우리 공동묘지는 1998년 공원화작업 이후 망우리묘지공원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약25만평 규모로 서울 유일의 공동묘지에는 사십년간 4만7000여기의 묘소가 조성된 후 1973년 폐장됐고 현재는 7671기의 묘소가 남았다. 만해 한용운, 시인 박인환, 아동문학가 방정환, 화가 이중섭, 독립운동가 겸 정치인 조봉암, 조각가 권진규, 이인성 화백 등 50여분의 유명인사가 잠들어 계신다.

2012년 문화재로 등록된 한용운 선생의 묘역을 포함해 작년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으신 오세창, 문일평, 서동일, 서광조, 방정환 선생 등의 묘역이 문화재로 추가 지정됐다. 망우리공원은 항일 독립정신 계승과 역사적 교훈이 담긴 장소로 역사ㆍ문학ㆍ미술ㆍ음악ㆍ철학이 어우러진 인문학 공원이자, 지역 발전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이제는 혐오시설이 아닌, 역사문화공원과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해야 하는 중랑구의 미래경쟁력이다.

그동안 공원 순환도로 5.2km를 정비해 ‘사색의 길’을 만들었고 ‘망우리공원 역사문화 숲길’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로부터 2012년 ‘꼭 지켜야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2015년에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됐다. 체계적인 보전과 관리를 위해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원 지역은 문화재로 지정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스톡홀름의 공원묘지, 마카오의 신교도 묘지처럼 외국사례를 참조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해야 한다.

중랑구의 미래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우선 준비 중인 역사문화관에 대한 현상공모부터 공원과 묘소를 잘 아는 공공건축가들과 논의해 멋진 역사문화관을 만들어 강의교육장은 물론 전시공간과 자료관 등을 조성해야 한다. 또 토양에 맞는 나무 조림, 의자 설치, 전망대 확충, 안내판 증설, 역사문화해설사 양성 등을 통해 인문ㆍ휴식ㆍ관광이 함께 이루어지는 친환경생태공원을 만드는 것도 소중한 일이다. 청소년들의 역사교육과 체험학습이 되도록 방과 후 수업ㆍ수학여행단 유치를 위해 유스호스텔 등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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