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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부족한 것은 상식
물 위에서 땅 위에서 비슷한 유형의 참사가 반복된다. 그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다. 우리의 적당주의와 안전불감증은 진정 도저한 것인가.

대책은 또 전담반, 위원회 꾸리기다. 안전교육, 캠페인도 이어질 것이다. 볍령, 예산타령도 단골 메뉴다. 이번 밀양화재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앞으로 일어날 사고 역시 같은 유형이 될 것이란 짐작은 삼척동자도 할 수 있게 됐다. 똑같은 프레임에 갈아끼우기만 하면 될 것이란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그간 그 많은 대책들이 대체 무엇을 했길래 이 지경일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다. 아무리 대책을 내놔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원인을 잘못 짚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준법의식으로 관심이 향할 수밖에 없다. 아니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상식과 기초질서 수준에서 보자.

구조와 대피 매뉴얼, 관리감독 규칙도 상식에 따라 만들어진다. 어려운 다차함수식을 동원해 수립된 게 아니다. 이런 상식에서 기본이 지켜지고 질서가 유지될 때 안전은 확보될 것이다. 상식은 자기 자신의 몫(권리) 이전에 자기 자신의 행위책임을 먼저 요구한다. 주어진 직무에 대한 기대된 행위의 작위, 부작위가 그것이다.

준공 감리인이, 병원장이, 일선 관리자가, 담당 공무원이 자기책임을 성실히 이행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사고가 났더라도 피해는 최소화됐을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고도의 지식이 아니다. 국민 다수가 수긍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상식이 부족한 것이다. 상식으로 나라가 움직여지고 정치, 법치가 돌아가야 하는 것이지 복잡한 전문지식이 요구되지 않는다.

국민은 상식 기반에서 행동하고 설득하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지도자에게 추가로 요구되는 덕목이라면 진정성과 통찰력 정도일 것이다. 상식은 배움의 많고 적음의 문제도 아니다. 사회지도층의 끊임없는 비리와 탈법이 지식의 부족 탓에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식을 독점해서 기득권화하고 남용해서 생기는 게 문제다. 상식은 신뢰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신의성실 같은 법원리를 제공하는 것도 상식이다. 사회의 기본규범을 구성하는 대개가 상식이다. 바람직한 상식은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이해관계자간 활발한 소통은 상식에 기반한 의사결정과 집행을 효율적으로 만든다. 협치도 상식에 기반하면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사회란 상호작용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상식은 또한 사회를 변혁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전문지식, 거대 아젠다, 억압적 담론체계, 이데올로기로 우리 사회가 변혁될 수 없음을 우리는 충분히 깨달았다. 변화의 시작은 우리 생활주변의 작은 실천, 상식에 기반한 법치와 질서 등이다. 생활주변에 있는 것이므로 실천도 쉽다. 이런 것들이 하나 둘 축적될 때 안전이 쌓이고 구성원간의 신뢰와 유대가 강해진다. 선진사회란 이런 것아 아닐까.

이제 안전은 이 나라에서 최대 인권요소가 됐다. 행복추구권도 안전이 충족돼야 가능하다. 상식 위에 든든히 구촉되는 생활 안전체계, 국민이 바램은 소박한 이런 것이다.

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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