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열한번 이사에도 살아남은 ‘소나무 옷장’의 의미
얼마전 삶을 단순화하는 한 방법으로 물건을 버리는 ‘정리 열풍’이 분 적이 있다. TV 홈쇼핑 채널, 온라인과 모바일에 넘쳐나는 상품 광고에 끌려 거의 무의식적으로 ‘클릭’을 하게 되는 오늘날, 물질 예속에서 벗어나 참 행복을 찾자는 트렌드였다. 일본의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는 그런 지구촌 열풍의 중심에서 화제가 된 인물이다. 곤마리 정리법의 핵심은 물건을 손에 가만히 쥐어 본 뒤 물건이 주는 기쁨을 따져보고 버릴 물건과 그렇지 않은 걸 구분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 가치있는 물건을 그렇게 몇초간 감정적으로 결정하는 게 맞는 걸까?

사회학자인 루스 퀴벨은 ‘사물의 약속’(올댓북스)에서 물건이 단순한 쓸모를 넘어 한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 자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령 20세기 미술의 거장 마티스에게 의자는 단순히 앉는 용도가 아니었다. 마티스는 1942년 봄, 한 골동품 가게에서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의자를 발견하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정신이 멍해졌다”며, “이 의자를 만났으니 올여름엔 조금씩 작업의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루이 아라공에게 편지를 썼다. 당시는 전쟁통이었다. 더욱이 볼테르 의자, 네오르네상스양식의 의자, 루이 15세풍 의자 등 그는 이미 의자라면 충분히 갖고 있었지만 정신없이 의자에 빠져들었다. 마티스에게 의자는 새롭게 지각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성년이 돼 골동품가게에서 처음 구입한 에드워디안 소나무 옷장과 20년을 지내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옷을 적게 소유했던 1930년대 옷장은 옷걸이가 너무 적어 가족이 쓰기에는 마땅치 않았지만 이 옷장은 열한 번의 이사 끝에도 살아남았다.

저자는 비좁은 옷장이라는 한계에서 오는 갈등을, 옷장에 맞는 삶으로 바꿔나간다. 옷장이 주는 제약 때문에 유행을 쫒기보다 믿음직한 핵심적인 옷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제약 안에서 움직이는 게 유리하다는 관점을 택한 것이다.

저자는 벨벳자켓, 싱어 재봉틀, 부츠 등 사적인 물건들의 얘기를 통해 사물이 주는 묵직한 위로와손으로 만든 물건의 시장을 초월한 가치 등을 통해 사물이 내면화 되는 지점을 찾아간다.

물질의 풍요 속에서 어디까지 얻고 버릴 것인가에 한 시각을 제공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