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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의‘다양한 변주’명화로 다시 만나다

명화독서, 문소영 지음 
은행나무 펴냄


고전의 가장 큰 덕목은 수없이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있으나, 촘촘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가 끼어들어 상상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수많은 연출가들이 고전을 변주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명화의 덕목은 고전의 그것과는 결을 달리한다. 누군가가 그린 그림이기 때문에, 명화엔 화가의 의도가 담기게 마련이다. 그 의도가 본인의 의지냐 혹은 당시 사회의 분위기가 자연스레 담긴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순수하게 대상만이 그려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명화를 공부하는 이들을 열광케 하는건 그 지점이다. 그림 하나를 통해서 수많은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것. 


이러한 명화와 고전을 함께 읽는 책이 나왔다. 저자인 문소영은 코리아중앙데일리에서 미술을 주로 문화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다. 책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문소영의 명화로 읽는 고전’ 칼럼을 바탕으로 했다. 저자는 ‘연재가 끝나고도 책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린건 각 연재분을 두 배로 보강하겠다는 커다란 야심’, ‘야심이 무색하게 굼뜬 글쓰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하는데, 명화와 고전, 이것을 모티브로 하는 연극, 영화 그리고 작가들간의 관계까지 문화의 모든 장르를 종횡무진하는 글을 보고 있자면 출간이 늦어졌다는 말이 그저 겸손의 표현으로 느껴진다.

예를 들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인어공주’편에선 원작의 결말을 시작으로, 유럽 민간의 오랜 정령사상, 영국 빅토리아 시대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인어’, 일본 우키요에(목판화)의 거장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안의 거대한 파도’,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에드몽 뒬락의 삽화, 셰익스피어의 비극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까지 다룬다. 안데르센이 인어공주를 쓰기 전 두 번의 ‘가혹한’ 실연을 겪었다는 건 덤이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나라의 앨리스’에선 빅토리아시대의 숨막히는 계몽주의, 가짜 거북으로 이어지는 언어(영어)유희, 실제 모델이 된 앨리스의 초상까지 나온다. 이처럼 책의 모든 챕터마다 논문을 방불케 할만한 촘촘한 ‘사실’들로 가득차있다.

미술을 좋아하지만 곰브리지의 ‘서양미술사’를 집어들기 부담스러운 독자들이라면, 혹은 고전을 좋아하는데 고전에서 출발한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추천할만하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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