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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증거 없어 이재용 석방한다는 재판부 판단 존중돼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53일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5일 자유의 몸이 됐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 13부가 이 부회장에게 집행 유예를 선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 경영진을 겁박하고 측근인 최순실씨가 사익을 추구한 것으로 보았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명시적 묵시적 청탁’이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을 항소심 재판부가 사실상 정면 부인한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특검 반발이 거세다. 박 특검은 판결 직후 재판부를 비판하며 “항소심의 명백한 오류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세기의 주목을 받으며 야심차게 수사하고 기소했는데 법원이 이들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 하지만 형사재판의 중요 원칙인 증거가 부족했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지적은 합당하며 특검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특검은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권력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사실과 관련, 정황과 추론만 내세웠을 뿐 제대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생각이다. 판결문 곳곳에 ‘증거가 없다’고 수차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을 기소한 특검으로서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안종범 전 수석이 법정에서 수첩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등의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이를 무시한 무성의한 판결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의문스러운 대목이 아주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할 일은 못된다. 판결 결과가 마땅치 않으면 상급 법원에 상고하고 그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순서다. 그 사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거를 더 수집하는 것이 특검이 해야 할 일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항소심 판사를 비판하고 그의 파면을 요구하는 글이 게재되고 수천명이 청원 서명을 올리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이번 항소심 재판은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민들의 냉정한 시선 속에서 진행됐다. 당초 삼성과 재벌 봐주기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어려운 재판이었던 것이다. 법원은 오로지 양심에 따라 법리와 증거에 의해 판단하고 선고했다고 본다. 정치권 역시 법원의 판결을 정파적 이해에 따라 해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엄연한 사법권 침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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