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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동계올림픽] 여전히 생소한 겨울 스포츠…그들을 황무지개척자라 부른다
여자 스켈레톤 출전 정소피아
노르딕 복합 박제언 열정은 金


한국빙상의 역사는 110년, 빙상의 동계올림픽 출전 역사는 70년(일제 포함땐 82년), 스키 종목 올릭픽 출전 역사는 58년이다.

역사가 결코 짧지 않지만, 2018년에도 동계스포츠 강국이라는 한국엔 올림픽 1호선수, 첫 출전하는 종목별 개척자들이 많다. 여전히 개척자가 많다는 얘기는 그만큼 겨울 스포츠에 대한 지원이 소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케이트를 처음 탄 한국인은 현동순이다. 1908년 5월 서울YMCA 총무 필립 질레트(한국명 길례태)에게 15전을 주고 샀다. 야구가 전해진 지 3년뒤였다. 1910년 2월 6일 한강에서는 처음으로 우리 민족의 빙상 운동회가 열렸다.

1936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 열린 제4회 동계올림픽에 한국인 빙상선수 김정연, 이성덕, 장우식이 출전했다. 김정연이 1만m에서 아시아신기록으로 13위에 오른다. 태극기를 달지 못하고 질주한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태극기를 앞세우고 첫 출전한 올림픽은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대회였다. 참가에만 의미를 둔 기간이 무려 44년이었다.

결국 마중물이 생기자 성적으로 화답했다. 동계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던 중에 열린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올림픽에서 김윤만이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동계스포츠 첫 메달을 기록했다. 몇일 뒤 쇼트트랙의 김기훈은 1000m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첫 금메달을 땄다.

스키의 개척자는 1960년 미국 스퀘밸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임경순이다. 나무에 신발을 묶어 초원에서 연습하다가 미군으로 부터 얻은 스키 하나 달랑들고 도미했지만 규정에 없는 스키라서 출전이 난망했었다. 그러나 미국 대표팀의 리틀 감독이 급히 장비를 마련해 출전했다. 활강경기에선 하위권인 61위였지만, 회전경기에선 4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8년에도 황무지를 개간하는 작업은 계속됐다. 크로스컨트리 이채원 선수는 21일 다섯번째 올림픽인 평창에서 마지막 경기를 가졌다. 세계 수준과 격차가 커 한참 뒤에 처지긴 했지만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린 이채원은 “그래도 1~2년 더 선수생활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영화 ‘국가대표’의 스토리의 모델인 최흥철(37)은 1998년 나가노 대회를 시작으로 올림픽 6번 출전했다. 지난 19일 동료인 최서우(36), 김현기(35), 박제언(25)과 남자 단체전 예선을 치렀다. 축구 예산의 100분의 1이라도 투자했다면 하는 아쉬움 속에 예선탈락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했다.

글로벌 한민족 단일팀인 여자 아이스하키, 여자 스켈레톤의 정소피아, 노르딕 복합경기 개척자 박제언도 2018년형 개척자들이다. 스키 하프파이프의 장유진, 스키점프의 박규림도 종목별로 한국 1호 선수들이다.

박제언은 “포기 안할 것이다. 끝을 보겠다”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고, 정 소피아는 “4년뒤 베이징 올림픽에선 반드시 탑3에 들 것”이라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한국의 개척자들의 열정은 반드시 후배들에게 금빛 바톤을 넘겨주곤 했다. 다만 칼을 갈 물과 숫돌이 필요해 보인다. 세계 40등 안에 들기도 버거운 축구 못지 않게, 컬링, 하키, 스켈레톤, 스키, 스노보드 등 신규 개척한 종목에서 한국 대표, 한민족 선수들이 준 감동은 매우 컸음을 문체부는 알아야 한다.

평창=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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