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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평창] 쇼트트랙 ‘반타작’ 4대 원인…기선제압 트렌드 못읽어
‘초반부터 앞서가기’ 트렌드 변화
한국 기술 모방 및 방어, 격차 줄어
느린 출발과 추월시도, 우리 끼리 충돌
변화된 환경에 맞는 전략 미흡 지적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되기 전, 우리 선수단과 외신들이 전망한 한국팀의 쇼트트랙 금메달 수는 8개 중 6~7개 였지만, 실제로는 3개에 그쳤다. 목표의 반타작을 한 셈이다.

그러나 날로 경쟁이 치열해 지는 쇼트트랙에서 한국은 중국의 무더기 실격 속에 참가국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려 체면치레를 했다.

홈 링크의 한국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은 경기 트렌드의 변화, 외국팀의 한국 기술 모방과 방어대책 성공, 한국팀내 새로운 전략의 미비 등 4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선수들이 3,4위에 연속 포진해 오래도록 중위권을 형성한채 달리다보니, 선두로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끼리 접촉하고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초반부터 앞서가기= 트렌드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단거리 중ㆍ장거리 모두 ‘초반 앞서가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 8개 종목에서 세계신기록과 올림픽신기록이 무더기로 쏟아진 것은 이를 방증한다.

캐나다는 킴부탱을 중심으로 초반부터 앞서가기 전략을 구사해 한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메달을 가져갔다. 캐나다의 킴부탱은 은 1, 동 2개를 땄고 남자 1000m에선 사무엘 지라드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공간이 좁은 쇼트트랙의 특성상 추월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계산한 것이다. 선두를 유지하되 추월당할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전력질주를 선택하다보니 신기록이 양산됐다.

월드컵 등 모든 쇼트트랙 경기 성적을 종합하면 여전히 한국은 우월한 지위에 있다. 이때문에 한국지도자를 스카우트하고 한국 기술을 배우는 나라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한국팀의 전유물인 인코스 파고들기는 캐나다, 중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내로라 하는 경쟁국의 거의 모든 선수들이 능숙하게 구사했다.

▶한국의 노하우 모방과 방어, 춘추전국= 또 상대가 추월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능력 역시 한국과의 격차를 좁혔다. 한국 특유의 자신감 있는 코너링을 통한 ‘외곽 추월하기’ 역시 헝가리의 꽃미남 스타 산도르 류 샤오린, 이탈리아 아리아나 폰타나 등이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외곽 추월의 세계최강 최민정도 강한 경쟁상대를 외곽추월하는데 필요한 거리가 늘어났다. 김아랑은 계주에서 외곽 추월하는데 거의 두 바퀴를 돌아야 했다.

자연스럽게 메달은 분산돼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24개 금ㆍ은ㆍ동메달 중 한국 6개, 캐나다 5개, 네덜란드 4개, 이탈리아 3개, 중국 3개, 헝가리, 미국, 러시아가 각 1개를 땄다. 한국이 금3, 은1, 동2개, 캐나다가 금1, 은1, 동3개, 네덜란드가 금1, 은2, 동1개, 중국이 금1, 은2개, 이탈리아가 금1, 은1, 동1개, 헝가리가 금1개, 미국이 은1개, 러시아출신 선수가 동1개를 차지했다.

‘초반부터 앞서가기’ 전략이 새 트렌드가 되는 가운데, 중위권을 너무 오래 지킨 한국선수들 [사진=연합뉴스]

▶한국 새 전략 적용 미흡= 한국은 만성적인 500m 늦은 출발을 개선하지 못했고, ‘초반부터 앞서가기’라는 새 트렌드 및 외국팀의 한국기술 모방 가속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채 중ㆍ장거리에서 초반전 느릿하게 가다가 막판 추월하는 전통적인 전략을 고수했다.

22일 열린 남자 500m는 한국 선수 2명이 결승진출자 4명 중 2,3위를, 여자 1000m에선 한국선수 2명이 출전선수 5명 중 3,4위를 너무 오래 달렸다. 경쟁자들의 추월 방어선 구축 기술이 뛰어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반 무렵부터는 전력질주로 앞의 좋은 자리를 선점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릉의 빙질이 좋기 때문에 자신감 있는 스케이팅이 필요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 선수끼리 눈치작전= 한국선수들의 전통적인 전략인 중위권 지키기는 우리 선수가 2,3위, 4,5위에 나란히 달리는 바람에 우리끼리의 충돌과 접촉으로 이어졌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추월 동력의 저하로 귀결됐다.

여자 1000m의 경우 중간과 후미에서 한국의 두 선수가 나란히 달리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나라는 느낌인 들던 중, 1바퀴 1/4을 남긴 지점 코너지점에서야 한국선수가 한국선수를 추월하다 아리아나 폰타나, 심석희, 최민정이 겹치는 상황에서 우리 선수끼리 충돌사고를 내고 말았다. 남자 500m에서도 2,3위를 달리던 두선수가 자주 접촉하며 추월의 동력을 서로 잃게했다.

밴쿠버 2관왕인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두 선수가 붙어있지 말고 한 선수가 선두경쟁을 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경쟁에서 양보는 없지만, 경기전 우리선수끼리의 충돌 및 접촉 방지를 위한 전략까지 세웠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기 어려울만한 모종의 기류가 흘렀다면, 그건 참으로 큰 문제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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