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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평창] 폐막식장 그곳은 해당화 피던 돌밭…상전벽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주민 단역 출연

거지왕 김춘삼 일행, 대관령 목장 일궈

겨울엔 스키타고 사냥…용평은 새 일자리



[헤럴드경제(평창)=함영훈기자] “니 쟈들하고 친구나?”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주인공 강혜정은 대관령 하늘목장에서 초원 미끄럼을 타고 놀았다. 그리고 특유의 강원도 사투리로 극의 흥미를 키웠다.

그녀가 놀던 대관령과 선자령에선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점프대와 메인스타디움, 슬라이딩센터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영화속 추락한 전투기 잔해는 지금도 거기 있다.
▶평창 강릉의 경계선 선자령 자락의 해무가 끼면 백두대간 지류 봉우리들은 섬이 된다.

대관령 목장은 우유라는 대체 식량을 양산할 목적으로 생계가 막막한 소외층들을 모아 대관령일대 숲을 초원으로 바꾸면서 탄생했다. ‘거지왕 김춘삼’과 그를 따르는 부랑인 300여명이 이곳을 개척한 뒤 밑천을 마련해 새 삶을 일궜던 터전이 바로 대관령 하늘목장과 삼양목장이다.

25일엔 지구촌 우정을 다진 평창 동계올림픽의 폐막식이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시절 해당화가 가득한 돌밭이었다. 김광기 대관령노인회 사무장(81) 등 이곳 토착민들에 따르면, 올림픽 폐막식장 주변엔 딱 6집이 있었는데, 너른 터를 특별한 사용할 방법이 없으니, 철길 침목으로 쓰일 목재를 잔뜩 쌓아두었다고 한다.

8.15해방 때는 그 자리에 면민들이 쏟아져 나와 만세를 불렀는데, 모인 인원이 200명이었다. 황병산과 발왕산 어간인 대관령면은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다. 집이나 세간이 완전히 초토가 되어, 피난갔다 돌아온 주민들은 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움막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대관령은 농사가 잘 안 되는 곳이었다. 물도 늘 부족해, 옆 동네 진부에서 물을 끌어 오느라 애를 먹었다. 화전으로 농토를 가꿀 수 밖에 없었다. 김 사무장은 70년대, 제주도에서 들여온 무씨로 수확에 성공한 무를 ‘제무시’에 싣고 비포장 도로를 10시간 달려 서울에 내다 팔았던 일화를 어제 일 처럼 기억한다.

그 후 고랭지 배추가 들어왔고, 감자 종자 개발이 진행되면서, 이 곳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고랭지 농업 지역이 됐다. 올림픽 손님 맞이를 위한 대관령 주차장 옆에는 고랭지농업연구소가 있다. 
▶국민 영양분의 새 공급원으로 개발된 대관령 삼양 목장은 하층민들이 일군 희망의 일터였다.

김 사무장이 횡계4리 이장이었던 시절, 84년 개봉한 배창호 감독의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영화 촬영이 횡계에서 진행됐다. 피난민 역할을 할 엑스트라를 모집한다기에, 주민들을 써달라고 제작진에 부탁을 해, 350명 출연으로 정해두었는데, 당일 400명이 훌쩍 넘는 주민들이 촬영장에 나와 있어서 일당 7000원을 6000원으로 낮추고 다함께 엑스트라로 출연한 적도 있었다.

먹을 것 없던 겨울철, 눈만 내리면 설피(눈에 발에 빠지지 않도록 신발에 넓게 덧대는 도구)를 신고, 썰매(지금의 스키와 매우 유사하게 생긴 전통스키)를 타고 다니며 눈밭으로 동물들이 지나간 흔적을 찾아다녔다. 주로 노루가 많이 잡혔고, 사냥에 성공한 날은 온 동네 잔치였다. 겨울 사냥은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다 명맥이 끊어졌다.

대관령 목장이 근대화의 일환으로 개발되면서 한숨 돌렸고, 발왕산에 우리나라 최초의 스키장인 용평스키장이 들어서면 살림이 조금씩 펴졌다.
▶해당화가 곱게 피던 평창 동계 올림픽 플라자 옆에서는 눈꽃 축제가 매년 열린다.

1975년에 문을 연 용평스키장이 85년에 규모를 확장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대거 임시직으로 고용되었다. 박춘자 할머니(78)는 야산 2곳에 활강장을 만들고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을 동네 처녀들과 구경하곤 했다.

올림픽 플라자가 있던 자리의 변화는 작년부터 있었다. 2015년 도암중학교 이전이 본격화 되어, 작년에 이전을 마쳤고, 황태덕장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올림픽플라자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거리에 아름다운 조형물과 예쁜 간판들이 들어섰고, 올림픽 업무를 보러오는 젊은이들이 거리를 무리지어 지나다녔다.

대관령 어르신들은 눈 많이 오고 춥기만 한 두메라고만 생각했던 대관령면이 올림픽으로 천지개벽한 것이 내 자식 잘된 것 마냥 자랑스럽기만 하다. 지구촌의 갸들, 쟈들 하고 친구가 된 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발전하리라는 희망도 영글고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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