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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어느 융합형 학자의 산업혁명론
순전히 한 인물에 대한 개인적 호기심에서 강연장으로 향했다.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석좌교수(67)는 얼마전 서을 프레스센터에서 ‘패권의비밀; 4차산업혁명시대, 부국의 길’(한국기자협회·삼성언론재단 주최)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김 교수의 이력은 흥미롭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 CSM대학에서 (자원)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인터넷 국민추천제로 초대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으로 발탁돼 1년여 동안 일했다. 지난 8년 동안은 역사학자들에게서 ‘교습’을 받았다. 공학, 경제학, 역사학을 섭렵하고 과학기술 정책 입안에도 참여했던 김 교수는 지난해 산업혁명 선진국들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 ‘패권의 비밀’을 냈다. 쓰는데 5년이나 걸렸다는 역작이다.

자원·에너지 학자였던 그가 경제학자로 거듭난 것은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직간접 인연 때문이다. 그는 2007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서자 셰일 오일 등장으로 유가가 폭락할 것임을 경고했다. 정부와 주류언론, 에너지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천문학적 돈이 낭비됐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으로 일할때 ‘계급장 떼고’ 하는 토론을 즐겼다. 웬만한 정책안은 노 대통령과 독대로 해결했다고. 그러나 정부혁신안만은 달랐다. 노 대통령이 3시간의 보고를 다 듣고도 “김 보좌관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며칠간 잠을 못 잤다고 한다. 그는 그때 “정암(조광조)은 학문이 완성되기 전에 세상을 바꾸고자 해서 실패했다”고 했던 율곡의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내 학문이 모자란 결과라고 생각한 그는 이후 경제성장과 국가발전 공부에 매진했다.

우여곡절 끝에 4차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학자로 거듭난 김 교수는 요즘 강연 무대에 자주 오르고 있다. 그의 요지는 이렇다. 인류 역사의 첫 번째 대분기(大分岐)가 산업혁명이었다면 이제 두번째 대분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바로 지식의 산업혁명이라 할 수있는 4차 산업혁명이다. 여기서 우리가 도태된다면 또다시 일제치하 같은 패권국의 식민지가 되는 비운에 처할 수 밖에 없다. 우리 한반도 영토의 5분의 1 네덜란드가 상업혁명으로, 크기가 엇비슷한 영국이 1차산업혁명으로 ‘부의 패권’을 거머쥐었다. 우리라고 못할 게 없다. ‘한강의 기적’이 절반의 성공이라면 나머지 절반인 4차 산업혁명 완결로 완전한 기적을 이뤄내자고 외치고 다닌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기 위한 세 가지 정책방안을 제시한다. ”관료의 전문화를 통해 공직사회의 유전자를 바꾸고, 젊은 우수 인력이 행정직이 아니라 첨단 산업 분야를 지원하도록 유인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네덜란드(향신료 루트)와 영국(대서양 항로)이 주요 항로를 장악했던 것처럼 북극항로의 선점에 나서야 한다.“

북극항로 개념이 인상적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의 결빙이 녹아 10여 년 후엔 북극 항로가 상용화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 북극 항로가 대한해협을 통과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반만년 민족사에 일대 전환점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새길을 여는 자가 부의 패권을 쥐었음을 역사는 증명한다. 

m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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