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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 성폭력, 예방·사후조치 없으면 회사도 책임”
직장에서 성폭력이 발생했다면 현행법상 회사도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판례에 따르면 회사가 성폭력 예방과 사후조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경우 많게는 수천만 원의 위자료를 물 수 있다.

사내에서 추행이나 강간 등의 불법행위가 발생했다면 사용자는 민법에 따라 배상 책임을 진다. 민법 756조 1항은 피고용자가 사무집행과 관련해 제3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사용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사용자가 평소 피고용자의 일을 주의 깊게 감독했다면 책임을 면제받을 수도 있다.

회사가 직원들을 상대로 매년 한 차례 씩 성폭력 예방 교육을 했더라도 곧바로 배상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H사는 연 1회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했지만 결국 지난 2월 사내 성범죄로 피해 직원에게 3000만 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1심 법원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한 사실만으로는 사용자로서 성범죄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가 성폭력 사실을 알게된 뒤 피해직원과 가해자를 한 곳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방치한 점도 위자료를 정하는데 고려됐다.

회사에서 가해자에게 구두경고를 했더라도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성폭력 사실을 알게된 회사가 되레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줬다면 배상 책임이 더욱 무겁게 인정될 수 있다.

일본계 미쓰이스미토모(SMBC) 은행 서울지점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 “성폭력 가해자인 직장 상사들과 공동으로 피해 직원 등에게 28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회사는 사내 성폭력을 알게된 뒤 가해자인 일본인 상사에게 구두로 주의를 줬다. 피해 여직원에게 “향후 성희롱이라 생각되는 일이 있거든 바로 말해달라”고 당부했다. 회사 측은 이같은 점을 강조하며 배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모두 불법행위 이후 사정일 뿐 그 전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언어 성희롱이 발생했더라도 사용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회사가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지체 없이 조치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회사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았거나 피해조사 내용을 누설했다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성희롱 피해 근로자나 폭로자에게 불이익을 줬다면 사업주는 5년 이하 징역형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도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성희롱 발생 후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공간에 두는 등 신속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회사 책임은 가중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성희롱 피해 직원의 가족들에게 3000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받았다.

서울시는 새내기 공무원인 임모 씨가 선배들로부터 수차례 “모텔가자”는 등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뒤, 해당 부서 직원들에게 별도의 교육을 했다. 하지만 후속 대책은 뒤따르지 않았고, 임 씨는 이듬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이 회사와 직장 선배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직원교육을 실시하는 것 외에 별다른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임 씨와 직장 선배가 서로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게 할 수 있었지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사측 책임을 인정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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