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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개헌안 2차발표] ‘주거권+토지공개념’ 강화 패키지…시장 자율보다 ‘헌법’
공공성 내세워 불평등 해소
부동산 거품·투기 차단 의지
국민기본권 침해 논란 예고


청와대는 21일 발표한 헌법개정안에 ‘토지공개념’을 보다 강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로써 토지개발 이익환수 및 토지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가권력이 비대해지면 시장왜곡 및 국민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불평등 심화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명시했다”고 발표했다. 조 수석은 “현행 헌법에서도 제 23조 3항 및 제 122조 등에 근거해 해석상 토지공개념이 인정되고 있지만,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위헌판결을,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고,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평등권보장을 위해 토지공개념을 강화의 근거를 제시했다. 


청와대가 ‘평등권 보장’을 근거로 토지공개념을 강화할 수 있는 근거는 전날 국민의 주거권 강화를 통해 마련됐다. 청와대는 전날 “국민이 쾌적하고 안정적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명분으로 주거권을 헌법에 신설했다고 밝혔다. 주거권은 현행 헌법 제35조 3항 “국가는 주택개발 정책 등을 통해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돼 있다. 이는 정부가 현행 헌법 23조 2항과 122조에 명시된 정부의 공공복리 명분에 따른 재산권 제한과 국토 이용 제한을 국민 주거권 확보를 목적으로 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발의안은 토지공개념을 헌법 상 명시해 개인의 토지소유권보다 국민의 주거권 확보가 헌법적 상위개념에 있을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동산규제정책이 위헌이라는 논란을 피하고, 과거 위헌판결이 내려졌던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 3개 법안을 재도입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대한민국 경제의 뇌관 중 하나로 꼽히는 부동산 거품과 투기에 의한 부익부 빈익빈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다. ‘정부 주도한 시장경제 질서를 바탕으로 개인의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사회적 경제체제를 강화하는 성격이 강한 것이다.

주거권을 근거로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은 정책 상으로도 드러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부동산 보유세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조세정책을 논의하게 될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개혁특위)의 출범 또한 마찬가지다. 재정개혁특위는 △보유세 인상 △주택임대소득 과세 강화 방안 등에 대한 정책골자를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의 강화는 사적 영역에 대한 정부의 개입 명분을 키워 시장 내 국가권력의 비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부동산 투기여부를 결정하는 주체와 규제를 가하는 주체 모두 정부이기 때문이다.

신평 경북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토지공개념 강화만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국가권력의 범위가 확대된다고 볼 수 있다”며 “헌법 상 ‘정부의 실패’에 대한 국가권력의 책임소지는 약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경제는 자유시장체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시장체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재산권과 소비주권 위에 토지공개념이 자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왔다. 1980년대 후반 도입된 토지공개념 3개 법안(토지초과이득세법,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환수제) 중 개발이익환수제만 빼고 모두 위헌판결이 내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됐던 가구별 합산과세 방식의 종합부동산세도 위헌판정을 받고 개입별 합산으로 후퇴됐다.

토지공개념의 강화는 오히려 국민의 주거권과 교육권, 그리고 재산권 등 국민기본권과 상충될 수 있다. 부동산 투기의 중심으로 꼽히는 서울시 강남구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학군 프리미엄’이 투기의 주요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민 편의시설과 조망권이 우수하다는 ‘입지 우수성’도 높은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폭등세 원인이 단순 ‘투기’에 있지 않고 보다 행복한 ‘주거권’에 대한 추구에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부가 국민기본권으로 명시된 거주권과 토지공개념을 내세우더라도 관련 정책들은 국민이 스스로 거주지와 교육권, 재산권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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