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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쌓기만 하는 적립금에 뿔난 홍대 학생들
투표 통해 ‘반대 92%’ 의견모아
“낙후시설 많다” 불만 연결시켜


지난 19~2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에서는 ‘조금 색다른’ 내용의 투표가 진행됐다. ‘적립금 찬반 총투표’. 투표 용지에는 후보 이름대신 ‘찬성’과 ‘반대’ 라는 선택지가 인쇄됐다.

학생회 측은 SNS를 통해 학생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투표소에는 많은 학생들이 찾았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는 많은 학생들이 투표소에 몰려서, 줄을 서서 투표가 진행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전체 재적생(졸업 유예생 포함) 1만34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에는 총 6226명이 참여했고, (적립)반대 의견이 91.8%에 달했다. 

홍익대 홍문관에 설치된 ‘적립금 찬반 총투표’ 관련 투표소에서 학생들이 투표를 진행하는 모습.

이날 투표에 참여한 컴퓨터공학과 재학생 김모(19ㆍ여) 씨는 “학생 커뮤니티를 통해서 많은 학생들이 적립금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학교랑 비교했을 때 학교시설도 많이 낙후돼 있다”며 투표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22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홍익대학교의 재단 적립금은 지난해 집계 기준 7429억원이다. 그럼에도 학교는 매년 추가로 적립금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는 267억원을 적립했고, 올해도 220여억원의 금액을 추가로 적립하는 것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투표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한 만큼, 이를 통해 ‘적립금 반대’ 의견을 학교측에 적극 개진한다”는 입장이다.

학생회 측은 매번 학교측에 적립금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해왔고, 학교 측은 이를 외면했다. 이에 학생회는 투표를 진행하고, 다른 재학생들의 투쟁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모양새다.

학생들은 늘어가는 재단 적립금에 큰 거부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홍익대 경영학과 재학생 조모(23) 씨는 “강의실에는 삐그덕 소리가 날만큼 낡은 책걸상이 즐비하고 학교 건물도 낙후됐는데, 이런 학교 시설 개선은 없이 재단 적립금만 늘어난다고 하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의학대학원에 재학중인 홍익대 09학번 김모(29) 씨도 “신입생때부터 수천억원의 적립금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는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되레 금액이 늘었다니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학교 측의 묵묵무답에 학생회는 최근 SNS를 통한 정책 홍보에 나서며, 카드뉴스 형식으로 적립금 문제를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최근 학생회가 게시한 ‘홍익FC(홍익대 적립금으로 축구선수단을 구성하면)’, ‘홍익콘서트(홍익대 적립금으로 인기 스타를 공연장에 부르면)’ 등과 같은 내용은 큰 인기를 끌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통해 적립금 문제를 비판한 내용의 게시물들이다.

신민준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어떻게 주장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할까 홍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쉽게, 공감할 수 있게, 그러면서도 사안의 불합리함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꾸준히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재단은 다른대학교보다 ‘유독’ 많은 적립금으로 거듭 빈축을 사 왔다. 지난해 기준 7429억원의 적립금은 전체 서울 시내 대학들 중 1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같은 신촌 소재 대학인 연세대학교는 6854억원, 이화여대는 7136억원의 적립금을 기록했다.

하지만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법인 운영에서 들어온 기부금 등을 통한 적립금이 많은 편이라면, 홍익대는 교비를 통한 적립금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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