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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PGA 마지막 진출권 ‘작은거인’ 염은호가 따냈다
황량한 우승 세레모니…그러나 최고 순간
163㎝ 키에 드라이브 비거리 290야드
아시안게임 은메달…“목표는 신인왕”
악천후 잔여경기 천신만고끝 수석합격
16세때 프로대회서 최연소 홀인원 기록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작은 거인’ 염은호(21ㆍ키움증권)가 인적이 드문 목요일 낮 전북의 한 골프장 18번홀에서 ‘우승’이라고 적힌 팻말을 치켜 들었다.

주변엔 대회 관계자 몇 명을 제외하곤 사람도 없었다. 4년전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딸 때 보다 더 황량한 우승 세레모니 였다. 16세때 프로대회에 나가 쟁쟁한 형들을 제치고 홀인원을 했을때 엄청난 갈채를 받았던 때에 비할 바가 못됐다.

하지만 염은호에게는 골프를 하면서 이 순간 보다 기쁜 때가 있었던가 싶다.

국가대표,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등 유망주로 평가받았지만 슬럼프를 겪으면서 프로 1군무대 진출도 해보지 못한 그로서는 이번 퀄리파잉 토너먼트 우승 피켓은 무엇보다 값졌다.


2018 시즌 KPGA 코리안투어 출전권을 놓고 펼쳐진 ‘KPGA 코리안투어 QT(Qualifying Tournaments)’에서 수석 합격의 영광을 차지했다.

염은호는 22일 전북 군산컨트리클럽 리드, 레이크 코스(파71. 7065야드)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QT 파이널 스테이지 4라운드 잔여 경기를 치른 후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염은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국가대표를 지내는 등 남다른 두각을 나타낸 ‘기대주’였다. 특히 작은 체격(키 163㎝, 몸무게 60kg)임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브 거리가 290야드 이상 나가는 장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2013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웰리힐리CC(강원도 횡성군 소재)에서 열린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는 1라운드 17번홀(파3.153야드)에서 홀인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가 기록한 홀인원은 KPGA 코리안투어 역대 최연소 홀인원(16세 6개월 19일) 기록이기도 하다.

2014년 9월 드림파크 컨트리클럽(인천시 서구 소재)에서 펼쳐진 ‘제17회 아시안게임’ 골프 종목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염은호는 이듬해인 7월 1일 KPGA 투어프로(정회원) 자격을 획득했다. 이후 2015년과 2016년 연이어 KPGA 코리안투어 QT에 응시했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세 번째 도전 만에 수석 합격을 차지한 그는 “대회 기간 내내 샷감이 좋았다. 특히 그린 주변의 숏게임이 잘 따라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15번홀(파4)에서 드라이버 티샷 후 핀까지 거리가 110m 정도 남아있는데 52도 웨지로 세컨샷을 했다. 공이 핀 왼쪽에 ‘툭’ 떨어지더니 그대로 들어가며 이글을 잡았다. 이 순간 좋은 예감이 들었고 남은 세 개 홀에서 차분히 집중하며 플레이를 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골프 종목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함께 딴 선수들(김남훈 6위, 김영웅 공동 7위)이 이번 KPGA 코리안투어 QT에서 좋은 성적을 내 기쁘다. 다들 2014년 이후 주춤(?)했던 것 같 같은데 이번 계기로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염은호는 한 동안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골프 종목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고 나서 그 해 열린 KPGA 코리안투어 QT에 출전했지만 2차전에서 탈락하며 시드를 획득하지 못했다. 그는 그 기점부터 슬럼프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는 “계속 잘되던 골프가 안되니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자존심도 상했다. 한 때는 ‘골프를 그만 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라며 “지난해부터 마음을 다시 잡았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을 때의 감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했고 연습량도 기존 6시간에서 12시간까지 2배로 늘렸다.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쏟으니 차츰 예전의 기량을 회복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염은호의 이번 시즌 목표는 ‘신인왕’ 수상이다. 첫 우승까지 노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개막전까지 열심히 훈련을 해 빈틈없이 시즌 준비를 할 것이다. 올 시즌 투어 데뷔를 하는 신인인 만큼 항상 배운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 ‘염은호’를 비롯해 KPGA 코리안투어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성원을 당부했다.

국군체육부대 출신 함정우(24)와 양지호(29)가 나란히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티업-지스윙 메가 오픈 presented by 드림파크CC’에서 공동 5위를 기록했던 전성현(25)이 4위, ‘익살꾼’ 김인호(25.핑)가 5위를 기록했다.

염은호와 함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골프 종목 단체전 은메달리스트인 김남훈(24)과 김영웅(20)은 차례로 6위와 공동 7위에 자리했다.

한편 이 날 종료된 ‘KPGA 코리안투어 QT Final Stage’는 총 120명이 본선에 참가해 열띤 경쟁을 펼쳤으며 우승자(14번 카테고리)와 최종 순위 상위 40명에게는 올 시즌 투어 카드(17번 카테고리)가 주어졌다.

‘KPGA 코리안투어 QT Final Stage’는 지난해 11월 21일부터 24일까지 예정되어 있었으나 폭설로 인해 2라운드 종료 후 최종 연기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이번 달 20일과 21일 3, 4라운드가 재개됐다. 하지만 4라운드 시작 전 눈이 내려 출발 시간이 5시간 지연됐고 금일 오전 7시에 잔여 경기를 치렀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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