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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프로야구가 시작되었다
긴 겨울잠에서 프로야구가 깨어났다. 팀마다 144게임을 치르는 대장정이 첫발을 떼었다. 개막 첫 주말 2연전에 18만4천명이 경기장을 찾았다는 보도다. KBO가 금년 870만 관중을 목표로 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순조로운 출발이다. 이제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개막 며칠 전 각 팀의 출사표를 던지는 미디어 데이에서 감독들과 선수들 모두 금년에 우승하겠다는 결기를 드러냈다. 겨우내 진행되었던 스토브 리그에서 새 선수를 영입하여 부족했던 부분을 채웠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한 터이기 때문에 이런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10개 팀 중 우승은 한 팀 밖엔 할 수 없으니 페넌트 레이스의 재미가 더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도 올 프로야구가 상향평준화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KBO는 올해 몇 가지 진취적인 결정을 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포볼을 감독이 심판에게 통보하면 볼을 던지지 않고 타자가 1루로 걸어 나가도록 새 규정을 만들었다. 또 공수교대 시간을 단축하고 경기 중 투수와 포수가 두 번만 만나도록 제한했다. 비디오 판독도 전광판에 공개토록 했다.

이런 것들은 빠르고 공정하게 경기를 진행하기 위한 촉진책이다. 사실 야구는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정규 게임이 9회까지로 되어 있지만 점수가 많이 나거나 선수들이 시간을 끌면 늘어진다. 빠른 삶에 익숙한 현대인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진행이라면 관중들이 떠날 것이라고 걱정해 왔고 미국이나 일본은 이미 야구경기의 스피드 업을 위한 여러 가지 처방을 내리고 있는 터이다. 새 규정이 효력을 발생한 때문인지 개막전을 비롯한 초반경기들은 대부분 짧아진 듯 보였다. 경기시간 단축이 될지 말지는 예단하기 이르지만 조짐은 좋아 보인다.

새로 취임한 정운찬 KBO총재는 야구를 힐링의 기회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깨끗한 야구장(clean field)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작년 야구장을 얼룩지게 한 승부조작, 심판매수, 약불 복용 등에 대한 철저한 예방은 물론 처벌도 강화하여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야구장을 자주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에겐 아주 기쁜 소식이고 꼭 그렇게 되길 바라고 기원할 뿐이다.

야구는 느림과 빠름, 우락부락함과 섬세함이 조화를 이루면서 진행된다. 또 여유와 여백이 다른 구기보다 많은 점이 돋보인다. 이기기 위해 진력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듬뿍 묻어있는 ‘신사들의 게임’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을 음미하거나 즐기기 위해선 야구경기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 준비가 없다면 참맛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관중 수준이 높아져야 야구문화가 성숙된다는 것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37년 동안 야구는 선수와 관중이 힘을 합쳐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멋진 경기를 보면서 응원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즐길 수 있는 잔치가 막 시작되었고 가을까지 계속된다. ‘가~즈아 야구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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