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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스티븐호킹’이 알기쉽게 풀어쓴 우주의 비밀
아인슈타인·스티븐호킹 양자역학 기술이어
‘루프양자중력’최초 제안 새로운 시각 제시
무한한 우주?…광대하지만 유한하다!


현대과학은 우주의 팽창과 같은 거대한 세계로부터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까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그 중심에 양자역학이 있다. 이미 이를 활용한 기술이 실용화하고 있지만 이를 이해하기는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다. 양자역학이 말하는 시간과 공간, 물질이 상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루프양자중력의 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로 ‘제2의 스티븐호킹’으로 불리는 카를로 로벨리가 쓴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쌤앤파커스)는 저자가 대중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작심하고 쓴 책으로, 물질과 시공간, 우주를 가장 알기 쉽게 쓴 책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세계를 이루는 물질에 대한 호기심이 시작된 2600년전 고대 그리스로부터 뉴톤과 아인슈타인을 거쳐 양자역학의 틀을 명확히 세운 폴 디렉과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 줄의 실이 아름다운 옷을 지어내듯, 우아한 문체로 양자역학의 세계로 이끌어간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흔적들을 이용하지 않고서,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상상하기’에는 우리의 상상력은 너무 제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흔적들, 즉 우리가 가진 단서들은 성공적이었던 이론들과 실험자료들 뿐입니다. 그리고 이 자료들과 이론들에서 우리가 아직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에서)

저자는 그 여정의 시작을 26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세계관은 단순했다. 우주 전체는 끝없는 공간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속에서 무수한 원자들이 돌아다닌다. 공간은 한계가 없다. 위도 아래도 없다. 원자는 나눌 수 없다. 원자들은 공간 속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다가 서로 부딪치고 밀치며 당긴다. 세계를 이루는 무한히 다양한 물질들도 오로지 원자의 이러한 조합에서 파생됐다는 것이다. 원자가설의 뿌리다.

데모크리토스의 이런 뛰어난 상상력을 수학적으로 표현해낸 이가 뉴턴이다. 뉴톤은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 중력을 상상했다. 19세기 이래 근대 세계의 모든 기술은 뉴턴의 공식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뉴턴은 어떻게 중간에 아무 것도 없이도 이 힘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들을 끌어당기는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뉴턴 자신도 지구가 달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이 힘을 전달할 수 있는 무언가가 둘 사이에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의심했다.

200년 뒤 이 해결책을 찾은 이가 패러데이다. 중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전기력과 자기력에 대한 것으로, 해결책은 장이었다. 힘들이 떨어져 있는 물체들 사이에 직접 작용하는 게 아니라 그들 사이에 마치 거대한 거미줄 같은 역선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는 상상을 했다. 맥스웰은 이 패러데이 선을 방정식으로 기술해낸다. 뿐만아니라패러데이의 역선들의 파동이 움직이는 속도를 계산해 빛의 속도와 같다는 걸 밝혀낸다. 빛은 한마디로 패러데이의 선들의 빠른 진동일 뿐이다. ‘본다는 것’은 빛을 지각하는 것이고, 빛은 패러데이 선들의 움직임인 것이다.

세계가 공간 속의 입자들과 장들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은 수십년 뒤 아인슈타인에 의해 뉴턴의 세계를 그 바닥까지 흔들어 놓는 결과로 이어진다. 중력장이 곧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즉 공간 자체가 물결치고 유동하고 휘고 비틀리는 실재하는 존재자인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이유는 어떤 신비로운 원거리 힘에 이끌려 선회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깔때기 속을 굴러가는 구슬처럼 태양 주위의 시공이 굽어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별 가까이에서 공간이 어떻게 굽어지는지를 기술해냈다. 이 굽음 때문에 빛도 휘어서 간다. 휘는 것은 공간만이 아니다. 시간도 휜다. 저자는 20세기 물리학의 두 기둥인 일반상대성이론에 이어 양자역학으로 기술을 이어간다. 


저자가 알려주는 양자역학, 특히 첨단인 루프중력양자는 생소하다. 아인슈타인의 장과 입자로 구성된 세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은 모든 장이 양자, 섬세한 입자구조로 이뤄져 있다고 말한다. 물리적 공간도 장이기때문에 양자로 이뤄져 있다. 시간은 이 장의 과정들에서 태어난다.

이 기본 이론에서 공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중력장의 양자는 공간 속에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시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양자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는게 시간이다.

양자 우주론은 좀 더 흥미롭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블랙홀과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블랙홀은 별이 수소를 다 태우고 그 자신의 무게 때문에 붕괴할 때 형성된다. 저자의 루프이론은 외부에서 볼 때 별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블랙홀 안쪽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해준다.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이 뜨거우며 일정온도가 되면 열을 방출하면서 질량을 잃고 증발하게 된다는 걸 발견했다.

블랙홀은 증발해가면서 줄어들고 아주 작아져 들어왔던 모든 것을 내어놓게 된다는 것이다. 블랙홀을 뜨겁게 하는 게 무엇인지, 호킹의 수수께끼가 루프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블랙홀을 뜨겁게 하는 건 공간의 개별원자의 미시적 진동의 결과라는 것이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것이 진동하고 있고 어떤 것도 멈춰있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양자중력을 끌어들이면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의 무한이 만들어낸 문제들인 특이점을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 우주는 광대하지만 유한하다는 것이 양자우주론이다.

저자는 탁월한 직관으로 물질과 시간, 우주를 관조했던 철학과 예술을 넘나들며 현대과학의 발전사를 미시 규모부터 우주까지 훌륭하게 가이드해 나간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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