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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입소고기 전성시대 ①] 지갑 얇아진 직장인들…“한우 먹기 부담돼요”
- 가성비 뛰어난 수입 소고기집 인기
- 한우 매출은 제자리걸음 수준
- 가격 변화, 경쟁력 제고 등 변화 요구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서울 용산구에서 근무하는 김상혁(31ㆍ남)씨는 최근 회사 근처의 수입 소고기 식당을 자주 찾는다. 한우 가격의 반값에 소고기를 먹을 수 있어 ‘가성비’가 뛰어난 이유가 크다. 보통 고깃집에 가면 2~3인분은 너끈히 먹는데, 한우를 그렇게 먹기엔 부담이 크다. 가뜩이나 올해 전세금이 올라 주머니 사정이 예년보다 팍팍해진 그였다. 그렇다보니 한우는 회식 때나 맛보는 정도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산 소고기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매년 늘면서 한우 소비량은 위축되는 추세다.

최근 롯데마트가 지난 3년간 소고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한우 매출은 2016년 역신장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9% 성장하는 데 그쳤다.

반면 수입 소고기 매출은 매년 20% 이상 신장하고 있다. 수입 소고기의 매출 구성비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5년 44% 수준에서 2016년 처음 한우 매출 비중을 넘어섰다. 2017년에는 수입 소고기가 전체 매출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 사육 농가 수입이 감소하다보니 농가 수도 2005년에 비해 49%나 감소했다.
요지부동 한우 가격에 소비자들은 구매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의 정육코너 모습. [제공=연합뉴스]

수입산 소고기를 선호하는 최근 추세는 실속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수입 소고기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가 크다.

직장인 박현구(43)씨는 “예전에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기분 탓인지 누린내가 난다는 느낌기 강했는데 요즘엔 질좋은 상품이 많이 들어온 것인지 입맛이 길들여진 것인지 맛있게 먹고 있다”고 했다. 주부 최서영(34)씨는 “예전엔 미역국이나 소고기뭇국을 끓일 때 한우만 고집했는데 요즘은 호주산을 사다먹는다. 크게 차이를 모르겠다”고 했다.

관세가 줄면서 가격 경쟁력이 한층 높아진 점도 수입 소고기 인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수입산 소고기 공세 속에서도 한우 가격은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한우 지육 가격은 ㎏당 1만7471원으로 평년보다 17.4% 높았다.

업계에선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우 선호층이 견고해 수입산 소고기와 맞붙어도 경쟁력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강했다. 하지만 수입 소고기 매출이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이제는 수입소고기에 시장을 아예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한우협회 등 관련 단체와 사육농가들은 한우데이(11월 1일)에 야외 바비큐 행사, 직거래 판매전을 여는 등 소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들은 수입산 소고기 비중을 늘리면서도, 한우 사육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고품질 한우를 보다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우 인기가 부활하기 위해선 업계 뿐 아니라 농가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경쟁력 강화 정책 등도 요구된다”고 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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