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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벌한 데이트 물가…영화 데이트도 쉽지 않네요

“관람료 인상됐어요? 충격적이네요”

19일 신도림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만난 20대 커플은 영화관람료가 인상된 소식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홍모(29) 씨는 “좌석별로 요금을 다르게 받는 영화관이 생기더니, 관람료가 인상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매번 당하는 것 같네요”라며 좌절했습니다.

연인들이 가장 만만하게 할 수 있는 영화관 데이트.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잔뜩 하늘을 덮은 날엔 더욱 영화관을 찾게 되지만, 어째 영화관도 더이상 만만한 데이트 코스가 아닌 것 같습니다. 


    주말 오후 영화 1만원의 시대가 끝났다

지난 11일 CGV를 시작으로 롯네시네마와 메가박스까지, 대형 멀티플렉스 3사가 모두 영화관람료를 1000원씩 인상했습니다. 연인들이 가장 영화를 많이 관람하는 저녁 시간대 CGV의 경우 주중엔 1만원 주말엔 1만1000원을,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에서는 주중 1만원, 주말 1만20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주말 오후 연인들이 영화 한 편 보려면 기본(2D 일반관 기준)으로 2만4000원(1만2000원*2)의 비용이 듭니다. 특별한 날 스위트박스라도 앉을 생각이라면 금세 3만원(1만5000원*2)이 깨집니다. 마지막으로 관람료가 인상된 2016년 8월 평균 영화관람료는 8002원. 2006년의 6034원에 비해 33%나 오른 수준이었는데, 2018년 4월 관객은 또 한번 역습을 당했습니다.


    사악한 매점 간식비…밥 한끼를 더 먹었네

영화관 음식 값은 또 어떤가요. 사악하기로 유명한 영화관 팝콘가격. 식사를 하고 왔는데도 굳이 팝콘은 왜 사고싶은 걸까요. 그렇게 ‘뭔가 아쉬워’ 사게 되는 심심풀이 팝콘 가격은 기본 4500원에서 6000원. 편의점 팝콘 가격의 5배에 달합니다. 물론 중량 차이가 있지만, 언제 영화관에서 팝콘 다 먹고 나오신 분 계신가요? 


팝콘엔 역시 콜라죠. 그렇게 팝콘에 콜라 두 잔까지 끼워파는 ‘콤보’ 기본 가격은 8000원에서 1만원. 팝콘 대신 나쵸나 즉석구이오징어, 콜라 대신 주스나 맥주 등으로 업그레이드 하게 되면 가격은 1만5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껑충 뜁니다. 관람료에 매점 간식까지, 영화관 나들이 한 번에 밥 한끼 비용(지난 3월 서울 2인 기준 삼겹살 외식비 약 3만3000원)이 또 드네요.


    영화 데이트, 진짜 영화만 보는 게 아니잖아요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 평균 영화 관람횟수는 4.2회, 글로벌 평균 1.9회보다 두 배이상 많은 세계최고 수준입니다. 영화관 데이트를 즐겨하는, 홀로 영화를 보는 ‘혼영족’이 많은 2030세대의 경우 그만큼 체감하는 영화관람료 인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2739명을 대상으로 한 ‘월 평균 생활비’ 설문조사에서 대학생들은 생활비로 한달 평균 51만4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중에 용돈은 월 평균 28만8000원. 연인과 한 번 영화관을 가는 것만으로 3~5만원을 지출해야 하니, 이래서야 “영화나 한 편 보러가자”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요.

2016년 기준 국내 영화관람료는 글로벌 평균의 95% 수준으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관람료를 보면 한국은 일본, 홍콩, 이스라엘, 영국 등에 비해 낮고 중국, 싱가포르, 스페인, 터키 등에 비해서는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영화관 데이트는 영화만 보러 가는 게 아니잖아요. 머서코리아가 한국 기업들이 해외 주재원을 많이 파견하는 10개국 주요 도시 및 서울의 ‘데이트 물가(cost of loving)’를 비교해 본 결과, 조사 대상 11개 도시 중 서울이 2위를 기록했습니다. 데이트 비용에는 호텔 레스토랑에서의 3코스 저녁 식사(2인)와 바에서 마시는 위스키(2잔), 초콜릿 선물(1박스)과 영화 관람료(2명)가 포함됐는데, 호텔 식사를 빼더라도 서울의 데이트 물가는 뉴욕(1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습니다. 


    영화 데이트 비용 어떻게 아낄까

영진위의 ‘2018년 3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영화 관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81.1%, 극장 매출액은 81.5% 증가했습니다. 관람료 인상이 불가피할 만큼 극장가 상황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1.9%, 2018년 예상 소비자물가상승률 1.7%에 비춰보면 기존 티켓 가격의 10% 수준인 1000원 인상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요금인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임차료 인상, 극장 운영 관리비 증가, 시설투자비 부담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결국 관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지갑을 여는 수밖에 없겠죠. 피할 수 없다면, 좀 더 알뜰한 영화 데이트를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2008년부터 영화 상영관에 들어갈 때 심하게 냄새가 나는 음식이 아니라면 외부 음식도 반입이 가능합니다. 자신이 쓰는 신용ㆍ체크카드가 관람료를 할인해 주는지 확인해 보는 건 기본이죠. 혹 영화가 아니라도 괜찮다면, 영화관 대신 만화카페는 어떤가요. 요즘 카페형 만화방은 2인 기준으로 음료 포함 2시간 이용에 1만3000원 정도가 듭니다. PC방이나 ‘플스방’은 2시간 이용 시 2000~5000원이면 가능합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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