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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걸리면 벌금 50만원? 법 한줄이 낳은 ‘카풀’ 논란
[헤럴드경제 TAPAS=정태일 기자] “출퇴근 길 말동무도 생기고 교통혼잡 해소에도 일조하고 거기다 용돈벌이까지 되니 1석 3조죠”

최근 카풀 애플리케이션으로 활동 중인 한 드러이버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그는 드라이버와 라이더가 서로 평점을 매기며 신뢰를 쌓는 집단지성 덕분에 이런 라이드 쉐어링 서비스가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출처=럭시]

2016년 본격 시장에 들어온 카풀앱 서비스는 1년 만에 최소 100만명 이상(추정치) 사용하는 규모로 발전했습니다. 드라이버와 라이더를 모바일로 매칭해주는 시스템 상 기술적, 운영상 문제점도 있지만 택시와 차별화된 사용자경험을 제공하고 공유경제로도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다 암초를 만났습니다. 경찰에 불법 카풀 신고가 들어가면서 180일 면허금지, 벌금 50만원과 같은 처벌 사례가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수입이 짭잘하단 입소문에 드라이버를 시작했다가 덜컥 ‘범법자’가 되고 만 겁니다.

드라이버는 합법이라고 알았지만 경찰은 위법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원인은 애매한 법 한줄에 있습니다. 

   출퇴근시간 기준이 뭔가요

여객운수사업법 제81조는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법조문에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나와 있습니다. 문제는 예외조항입니다. 바로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엔 가능하다는 겁니다. 여기엔 출퇴근 ‘때’가 정확히 언제인지 구체적인 시간이 나오지 않습니다.

   유연근무제면 출퇴근도 유연

원래 카풀앱은 오전 5~11시, 오후 5시~새벽 2시 사이 평일에만 사용하는 조건에서 서비스됐습니다. 이후 풀러스라는 업체가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서울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출퇴근 시간 선택제는 드라이버가 주 5일 동안 하루 4시간씩 출퇴근 시간으로 자체 설정해 서비스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대로라면 기존 서비스 제공 시간 외에도 카풀이 가능해집니다. 풀러스는 유연근무제가 확대되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서울시 등은 사실상 24시간 카풀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사진>김태호 풀러스 대표 [출처=풀러스]

경찰조사 결과 명확히 위법 여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풀러스는 예정대로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시행했습니다. 그런데도 참여하는 드라이버가 전무하다시피합니다. 풀러스 측 관계자는 “괜히 나섰다가 불법에 휘말릴 수 있다는 걱정에 드라이버들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봐줄 만큼 봐줬다, 법개정이 우선

경찰에 고발한 서울시의 입장은 5개월 전과 현재 크게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미 서비스 개시부터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했다는 겁니다. 서울시가 해석하는 출퇴근 시간은 각각 오전 7~9시, 오후 6~9시인데 이보다 더 길게 설정해줬으니 이 정도 선에서 유지해야 하는데 여기서 확대하겠다고 본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카풀의 본래 취지는 나홀로 출퇴근 차량을 해소해 교통혼잡을 개선하려는 데 있지 1년 내내 카풀을 허용해 운전자와 업체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습니다. 그러면서 현행 법을 개정해 정확히 카풀 규정을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해당사자가 모여야할텐데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실마리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이해당사자를 모아 놓고 카풀업계 논란을 풀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려 했지만 한축인 택시업계가 참여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위원회 관계자는 “3월 토론회(해커톤)를 열려 했으나 택시업계가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요구해 보류됐다”고 밝혔습니다.

   4차산업위도 못믿겠다

반면 택시업계는 토론회에 나갈 생각이 아예 없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중재역할을 맡은 4차산업위도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위원회 전문위원 면면을 보면 IT업계에 치중돼 있어 교통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카풀업계에 다소 유리한 것으로 인식되는 만큼 토론회에 나서기가 어려운 입장”이라며 국회가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출처=풀러스]

   국회엔 강력한 규제법안이

그러나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찬열 의원 등)들은 현행 카풀 서비스를 더욱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내용들입니다. 문제의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서 출퇴근 시간을 명확히 하겠다면서 ‘카풀앱 업체의 자가용 유상운송 알선행위를 금지시켜 자가용 불법여객운송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법안 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모호한 법을 악용해 카풀을 빙자한 편법 수익창출은 걸러져야 할 겁니다.

하지만 라이드 쉐어링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가 됐습니다. 미국, 유럽은 물론 동남아 8개 나라 168개 도시에서 하루 평균 350만건이 운영 중입니다.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우리도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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