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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카페]美는 왜 ‘한반도 지정학’ 을 이해 못했을까
240년 미국 亞전략사 실체 규명
中 무역·태평양 자체 통제 집중
외부 통한 균형책 극동에 적용


냉전이 빚어낸 마지막 분단 국가인 한국, 한반도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동북아 정세의 변화 속에서 미국은 이곳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모습이다.

한-미동맹이 굳건하지만 사실 미국은 오랫동안 한반도를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마이클 J.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펴낸 역저 ‘신의 은총을 넘어서’(아산정책연구원)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240년 미국 전략의 역사에서 미 정치인들이 ‘너무 자주’ 한반도의 지정학을 이해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으로 미국은 아시아에 접근할 때 해양력이라는 관점에서 중국과의 무역 그리고 태평양 자체에 대한 통제에 집중했기 때문에 한반도는 미국의 대전략에서 일종의 맹점”이었다는 것이다.

“여전히 서울과 워싱턴의 지도자들은 때로는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현실을 그리고 동맹과 이 지역 모두가 깊고 보이지 않는 전략적 관계로부터 도출된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틀을 짠다.”(‘신의 은총을 넘어서’, ‘한국어판 서문’ 중)

가령 1850년대 일본을 개항시킨 매슈 페리 제독은 해양세력으로 부상한 일본과 태평양 패권을 위한 중국 해안 밖의 도서기지들의 확보에만 열을 올렸다. 또한 19세기 말 전략가 앨프리드 셰이어 머헨은 미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시아 대륙에 사로잡히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관점은 20세기로 이어졌다. 트루먼 행정부의 국무부 조지 케넌은 1948년 미국이 한반도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국무부 장관 딘 애치슨은 1950년 미국의 아시아 방어선에 남한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는 마오쩌둥과 스탈린이 김일성을 지지하도록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된다.

저자는 공산주의를 방어하는 최전선을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규정한 건, 한반도의 지정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즉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자체가 일본의 생존의 조건이란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런 몰이해의 결과, 일본을 구하고 유럽의 전초기지인 동베를린을 소련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저자는 애치슨의 실수가 20년 뒤, 지미 카터 대통령의 한반도에서의 미군 철수 강행이라는 형태로 되풀이됐다고 지적한다.

책 제목 ‘신의 은총을 넘어서’는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가 두 개의 대양과 허약한 국가들에 둘러싸인 미국의 지리적 이점을 ‘특수한 신의 은총’이라 부른 데 대한 저자의 반론적 표현이다. 저자는 미국은 탄생부터 태평양에서 최적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강대국들과 경쟁했다며, 미국의 강력한 지위는 전략적 비전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미국의 아시아 대전략의 역사를 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해왔는지, 아시아 전역을 포괄적으로 서술했다. 특히 대부분의 연구가 1945년을 기점으로 서술되는 데 반해 건국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미답지로 남아있던 태평양 전략의 뿌리를 탐색해냈다는 점에서 새롭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의 대전략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만들어낸 공화국의 가치와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언제나 유기적으로 흘러왔다. 그 과정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전략’이라는 말이 서로 반발하듯이 순조롭지 만은 않았다. 국가 의지와 수단에 대한 위선적이고 비일관적이며 불충분했던 활용의 수많은 사례가 있었고, 진주만 작전 시기, 압록강과 베트남에서 전략적 착오도 있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그러나 종합적으로는 군사, 외교, 경제, 관념적인 것들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면서 태평양에서 패권으로 등장했다는 평가다.

저자는 특히 극동에 적용된 미국의 전략적 특성으로, “미국이 아시아 혹은 태평양에 배타적 헤게모니적 지배를 구축하려는 다른 어떤 세력도 용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꼽는다. 이는 외부를 통한 균형책을 통해 실현됐다. 가령 소련의 팽창에 대항해 중국카드를 쓴다든지, 중국의 부상에 일본과 인도 카드를 사용해 우월적 전략적 균형을 이뤄왔다.

저자는 미국의 이런 팽창주의를 ‘방어적 현실주의’라고 부른다. 이 지역에서 접근성과 안보에 대한 위협에 반응한 것이란 얘기다. 이는 일각에서 경제적 제국주의, 공격적 현실주의로 부르는 것과 차이가 난다.

저자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전략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갈등요인들을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유럽우선주의와 이에따른 아시아 정책의 오류, 미 정치 지도자들의 중국과 일본 한 쪽에 대한 편향성, 민주적 공간을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를 놓고 자결과 보편적 가치가 긴장관계를 형성해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미국 내 석학들로부터 ‘결정적 지역, 최근 놀라운 변화를 겪고 있는 핵심적인 지역에 대한 명쾌한 해설서’란 평을 얻었지만, 우리에겐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어떤 큰 흐름 속에 놓여있었는지 명쾌하게 볼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중국과 일본, 인도 등 주요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눈을 열어준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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