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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위원장 “작가가 누굽니까” 대신 “어떻게 그렸습니까” 물은 까닭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북한산을 그린 민정기(68)화백의 ‘북한산’ 앞에 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물었다.

“이것은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입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서양화인데,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입니다”고 답했다.

지난주,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두 정상이 판문점 평화의 집 로비에서 나눈 대화다. 


평범해 보이는 이 대화가 평범해 보이지 않는건, 김정은 위원장의 질문에 드러난 미술에 대한 북한 사회의 인식 그 단면을 볼 수 있어서다. 김 위원장은 “이것은 누구의 그림이냐”고 묻지 않았다. 어떻게 그렸느냐고 물었다. 미술작품에 대한 창작자의 오리지널리티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예술관이 자연스레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집체미술’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미술에서 이같은 인식은 당연하다고 봤다.

홍지석 홍익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로, 작품의 개인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훌륭한 미술가에 대한존중 혹은 존경은 분명히 있지만 이들의 미학적 성취를 개인의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도자 입장에선 미술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를 결정해야한다. 작가의 정신세계를 읽는 것이 아니라 미술을 통해 관객들에게 특정한 감정을 일깨우고,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자연히 ‘기법’이 관심사다”고 덧붙였다.

미술의 가치가 정치적 도구로 유용함에서 출발하기에, 모사가 국가적으로 장려되는 등 일반적인 자유주의 국가의 그것과 상당히 다른 양태를 보인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북한미술은 집체완성을 기본으로 하기에 고유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며 “국가기관인 만수대창작사에서 ‘모사화’를 제작하는 이유도 개인 창작물의 유일성과 소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러니는 ‘예술적 성취를 개인이 독점하지 않고 사회가 공유’하기 위해 제작한 북한의 모사화가 자유주의 사회, 특히 세계 미술시장에서 유통되면서 일어난다. 진위작 문제에 민감한 글로벌 잣대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

북한미술품을 상당수 컬력션한 신동훈 미국조선미술협회 회장은 “컬렉션 초기에 중국에서 수백 달러에 쉽게 구했던 북한미술품이 모두 가짜였다. 수업료로 몇 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했다. 그는 “이후엔 직접 평양의 만수대창작사를 100여번 가까이 방문하며 작품을 구했다”고 했다.

미술계에서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점이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미술계 ‘갈라파고스’로 인식되기도 하는 북한미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고, 시장에서도 흥미를 보이지만 모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를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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