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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림의 시승기] 얌전한 얼굴 뒤 폭발적 주행성능 부드러운 승차감·정숙함도 ‘일품’
어렸을 적 기자에게 메르세데스-벤츠는 ‘사장님 차’의 전형이었다. 최근에야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기자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자가 생각하는 벤츠는 20~30대가 타는 차, 드라이빙의 재미가 있는 차 보다는 쇼퍼드리븐(운전기사를 두고 타는 차)용 차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편견이 깨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벤츠의 더 뉴 메르세데스-AMG E 43 4매틱은 오랜 선입견을 한 순간 날려버릴 만큼 ‘반전’이 있는 차였다.

기자는 최근 AMG E 43 4매틱의 운전대를 잡고 서울 강동구~강남구 일대를 시승하는 기회를 가졌다.

더 뉴 메르세데스-AMG E 43 4매틱 외관 디자인(위)과 실내 디자인. [제공=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AMG E 43 4매틱에 대한 첫 인상은 ‘중후하다’였다. 신형 E클래스와 큰 차이가 없는 외관은 BMW의 M, 아우디의 S버전과 치열한 출력 경쟁을 벌이는 벤츠의 고성능 모델이란 느낌이 전혀 없었다. 신형 E클래스와의 차이는 크롬 핀으로 장식된 다이아몬드 라디에이터 그릴, 20인치 AMG 트윈 5-스포크 알로이 휠, 리어 스포일러 등의 카본 패키지 정도였다. 시승 차량의 묵직한 그레이 컬러도 중후함을 강조해주는 듯 했다.

다만 빨간 스티칭이 들어간 가죽 시트와 AMG 전용 플로어 매트, 빨간색 디지뇨 시트 벨트 등이 적용된 실내는 스포티한 느낌이 강해 제법 고성능차 같은 이미지가 묻어났다. 뿐만 아니라 펀칭 그립 대신 스웨이드 재질로 감싼 다이나미카 디컷(DINAMICA D-cut) 스티어링 휠은 스포츠카 못잖은 그립감을 제공해,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디자인만 봐서는 ‘잘 달릴 것 같다’는 인상보다는 ‘부드럽게 달릴 것 같다’는 인상이 강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을 때 느껴지는 정숙함도 이러한 생각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 가속페달로 옮기자 차는 뜻밖의 민첩함을 보여줬다. 중후하면서도 묵직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AMG E 43 4매틱은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RPM 게이지가 공처럼 가볍게 튀어 올랐다.

신호가 빼곡한 시내 한복판을 벗어나 한적한 자동차 전용 도로 위로 올라가자 차는 본격적으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V6 3.0리터 바이터보 엔진에 9단 AT변속기를 적용한 AMG E 43 4매틱의 최대 출력은 401마력, 최대 토크는 53.0㎏ㆍm. 경쟁모델의 최대 출력을 가볍게 넘어서는 엔진 덕분일까, 차는 단정한 외모가 무색하게 거친 매력을 발산했다. 시속 100㎞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도 RPM이 3000을 넘지 않았다. 또 급격한 커브 길도 아스팔트 바닥에 딱 밀착해 밀리는 느낌 없이 통과했고, 몸이 쏠리는 느낌도 거의 없었다. 벤츠코리아는 매끄러운 코너링의 비밀이 마이너스(-) 캠버 각에 있다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기자를 흡족하게 했던 건 고성능 차량임에도 차가 딱딱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승차감을 중시 여기는 기자에겐 어떤 요철을 부드럽게 넘어서는 무른 서스펜션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자 AMG E 43 4매틱의 움직임은 더욱 거칠어졌다. ‘그르렁’ 거리는 배기음이 차 내부까지 들릴 정도였다. 운전대를 잡은 기자보다 차량의 변화에 둔감할 법한 동승자 역시 “차의 분위기 자체가 바뀌었다”고 표현할 만큼 드라마틱한 변화였다. 여기에 밟으면 밟는대로, 돌리면 돌리는대로 즉각 반응하는 ‘신속함’까지 더해져 기자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질주 본능’이 꿈틀거렸다.

주행을 끝낸 뒤 확인한 연비도 만족스러웠다. 급가속과 급정거를 반복했음에도 복합연비가 7.8㎞/ℓ를 기록, 공인 복합연비인 8.9㎞/ℓ보단 다소 낮았지만 기자가 평소 타고다니는 H사의 고성능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출퇴근용 차량이 필요한데 스피드가 주는 짜릿함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고려해봄직한 차량인 듯 싶었다.

한편 벤츠코리아가 지난해 3월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 시장에 선보인 신형 E클래스 라인업의 첫 번째 고성능차 ‘AMG E 43 4매틱’의 판매가격은 1억1200만원이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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