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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담배 피운 청소년, 커서 흡연자 될 확률 최고 4.3배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 암세포 경고그림 도입
- 담배업계 “식약처 유해성분 진행중…복지부 성급해”
- 보건당국 등 “발암물질 검출…흡연 유도 효과 있어”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보건복지부가 오는 12월 23일부터 담뱃갑에 새롭게 부착할 흡연 경고 그림ㆍ문구 시안 12종을 확정, 지난 14일 공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경고 그림의 수위가 강화됐을 뿐 아니라, 기존 주사기 모양으로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전자담배의 경고 그림에도 일반 담배처럼 암세포 등 병변 사진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담배업계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해성분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복지부가 과학적 근거와 상관없이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 그림 시안을 암세포 사진으로 성급히 선정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유사한 특성이 있다”며 “배출물에서 발암물질이 여전히 검출되고 있어 암 유발을 상징하는 그림을 부착하기로 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면 교체된 담배 경고 그림과 문구를 발표하고 있다. 맨 오른쪽에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새로 도입되는 경고 그림이 보인다. [연합뉴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전자담배 경험 청소년의 일반 담배 흡연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보건 당국과 관련 학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같은 담배의 각종 폐해는 흡연자조차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흡연자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된 것이 바로 궐련형 전자담배다. 담뱃잎을 가열해 연기가 아닌 기체 형태로 담뱃잎의 니코틴을 들이마실 수 있도록 고안한 제품이 바로 ‘글로’, ‘릴’, ‘아이코스’(가나다순) 등 궐련형 전자담배다.

궐련형 제조담배 업체들은 기존 담배처럼 담뱃잎을 불로 태우지 않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덜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담배업계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타르 등 유해물질 함량이 90%가량 낮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유해성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담뱃갑 경고그림 시행 1주년 기념 담배규제 정책포럼’에 참가한 스위스 산업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의 오렐리 베르뎃 연구원은 발표 자료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을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지적했다.

연구소가 ’아이코스‘와 일반 담배의 배출 성분을 비교한 결과 ’아이코스‘에서도 국제암연구소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벤조피렌이 검출됐다. 아크롤레인, 크로톤알데히드, 벤즈안트라센 등 유해물질도 나왔다.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아이코스‘에서 배출되는 양은 일반 궐련 담배에서 배출되는 양의 74% 수준으로 ”유해물질 함량이 90% 가량 낮다“는 제조사의 설명과 배치됐다. 아크롤레인도 일반 담배 대비 82% 배출됐다. 또 상당량의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복지부가 강화된 흡연 경고 그림을 공개하면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연구 결과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담배보다 적다는 근거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코스’ 제작사인 필립모리스사 자체 연구 자료를 보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배 연기에 포함된 타르 함량은 개비당 9.39㎎(국제표준기구(ISO) 시험법 가준)로 일반 담배(개비당 9.01㎎)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필립 모리스 자체 시험법 기준으로도 타르 함량은 개비당 4.71㎎으로, 일반 담배(개비당 8.64㎎)의 절반 수준이었지지만, “90%가량 낮다”는 홍보 내용과 거리가 있었다. 국내 학계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담배의 주요 독성물질이 상당한 수준으로 배출되고 있어 다른 담배와 동일한 수준으로 규제돼야 한다고 이미 제안한 상태다.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의 폐해는 비흡연자를 흡연자로 이끄는 비율이 높다는 데 있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대한금연학회가 개최한 ‘2017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자료 ’궐련형 전자담배 대응 정책 제언‘에 따르면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분석 결과 청소년 중 전자담배 단독 사용자가 일반 담배 흡연자가 될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높았다.

전자담배를 사용해 본 청소년과 전자담배를 현재 사용 중인 청소년이 일반 담배 흡연자가 될 확률은 비흡연 청소년에 비해 각각 3.6배, 4.3배나 됐다. 이들 청소년은 흡연 대부분 비위험 집단으로, 즉 전자담배가 없었다면 전자담배나 담배를 사용하지 않았을 집단이라고 ‘JAMA’는 부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덜 해로운 담배’로 오인돼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폐해를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경고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며 ”흡연 유인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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