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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스토리] 뼛속까지 中企 DNA…“제대로 도움줄 기회 잡았죠”
‘36년 은행맨서 증권맨으로’ 김영규 IBK투자증권 사장
“외환위기 거치며 중소기업 소중함 깨달아
기술력·성장성 잘 살펴볼 것”

“증권사에 오니 드디어 중소기업을 제대로 지원할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영규(58)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로 40년째 중소기업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1979년 IBK기업은행에 입행한 이후 재직 기간의 대부분을 일선 현장에서 보낸 만큼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모행인 기업은행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IBK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취임한 그는 5개월 동안 5년 치 일을 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예전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1년만 돼도 변합니다. 한 달을 1년처럼 생각하고 정신없이 일했네요”

김 사장은 취임 직후 전문가 컨설팅을 거쳐 대규모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전국을 돌며 우수 중소기업 발굴과 지원에도 나서는 등 안팎으로 숨가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증권사로 무대를 옮긴 지금 “은행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풀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더 열려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 여의도 IBK투자증권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op.com

“IMF 때 비로소 중소기업 중요성 절감”=전북 부안의 위도에서 태어난 그는 전주상고를 거쳐 기업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외환 불모지나 다름없던 기업은행에서 중소기업의 수출입 업무를 돕는 외환업무 전문요원으로 발탁돼 본격적으로 중소기업과 인연을 쌓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에는 대기업을 주로 상대하는 시중 은행들을 보며 기업은행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왜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98년 겨울, 매서운 한파와 함께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가 그의 생각을 바꿔 놓았다.

“당시 대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죠. 그 때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중소기업이 살아야 국가 경제가 살아나겠구나…”

IMF 사태 이후 김 사장은 중소기업의 신용을 평가하고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여신심사역에 지원했다. 단순히 대출을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어려운 점을 찾아 선제적으로 도우며 경영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색안경을 낀 채 이 회사가 돈을 떼먹을 회사인지 아닌지만 보는 건 진정한 기업금융이 아니에요. 이자도 못 내는 기업에 찾아가 돈을 갚으라고 해봤자 무슨 소용인가요. 그 회사 물건이 안 팔리면 잘 팔릴 때까지 원금 만기일을 연장해줬습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여신심사역의 역할이었죠”

친구, 직원, 고객… 한번 맺은 인연 ‘평생’=김 사장은 기업은행에 재직하는 동안 서울 구로를 비롯해 종로와 인천 등 공단과 중소기업이 밀집한 지역의 지점을 두루 거쳤다. 중소기업 지원에 유달리 적극적인 그의 모습에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특이한 사람’, ‘영업의 달인’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점을 옮겨다닐 때마다 기존 고객들이 새로운 고객을 소개해줄 만큼 신뢰가 두터웠어요. 덕분에 영업성과도 좋았죠”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사람을 좋아했다는 김 사장은 한 번 맺은 인연은 오래도록 이어간다. 지금도 5만5000명의 전화번호가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다.

이번 어린이날 연휴에는 IMF 때부터 20년째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체 회장과 강원도 속초로 여행을 다녀왔다.

“매년 5월이 되면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가요. 한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이거든요. 제가 대부 담당이던 IMF 당시 지원을 해주면서 그 회사의 판로가 비로소 해결됐죠. 이런 인연의 고객들이 제 주변에 많습니다. 허허”

김 사장은 직원들과의 스킨십에도 적극적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는 것의 그의 생각이다.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는 김 사장은 취임 후 두 차례 인사에서 외부 영입보다 내부 승진 비중을 높였다. 그동안 소외됐던 주니어 직원과 여성 인력도 전진 배치했다. 지난 4월 인사에서 창립 이래 첫 여성 임원이 탄생하기도 했다.


은행서 증권사로…“제대로 일할 기회 왔다”=은행을 떠나 증권업계로 자리를 옮긴 김 사장은 과거 은행 재직 시절 해결하지 못했던 과제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은행은 기술력 좋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재무 사정과 신용, 담보 문제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못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그래서 늘 안타까웠죠. 증권사는 미래 성장가능성과 기술력에 좀 더 비중을 두고 투자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중소기업을 제대로 도울 기회가 온 거죠.”

그는 취임 이후 우수 중소기업들을 자본시장으로 끌고 와 투자 유치를 돕는 등 ‘성장 디딤돌’ 놓기에 한창이다.

인지도가 낮은 기업을 알리기 위해 각 지역을 돌며 기업인 간담회를 열었고, 중소기업과 대기업ㆍ대학 간의 다자간 협약식도 주선했다. 지난 3월 스타트를 끊은 인천에서는 34개의 중소기업과 2개 대기업, 5개 대학이 참여해 파트너십을 맺었다. 6월에는 부산으로 내려가 두 번째 협약식을 진행한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대신해 채용에도 직접 나섰다. 지난 4월 IBK투자증권 신입 공채와 함께 중소기업 6곳의 채용을 합동으로 실시했다. 면접에 이어 신입사원 연수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6곳 중에는 김 사장 취임 후 도입한 ‘IBK베스트챔피언’ 인증 기업 두 곳도 포함됐다.

“중견ㆍ중소기업 중에는 대기업 못지 않은 좋은 기업들이 있어요. 그런 기업을 ‘IBK베스트챔피언’으로 인증하고 기업금융 서비스는 물론 우수 인재영입까지 지원할 계획입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달 중소기업특화증권사로 재지정돼 다시 2년간 중소ㆍ벤처기업 지원에 나선다. 제도의 실효성을 놓고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김 사장은 본연의 역할을 묵묵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특화증권사로 지정돼도 체감하는 혜택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부에 특별한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할 일을 우리 정체성에 맞게 선제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5월의 봄날=‘가정의 달’ 5월에도 김 사장은 매우 바쁘다.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은 어버이날이었다. 그는 부모님과 15년째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 김 사장은 부모님 댁에 꽃을 보내드리고 왔다고 말했다. 올해 87세이신 아버지 생신도 5월이다.

게다가 오는 26일은 그의 33주년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IBK투자증권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김 사장이 건넨 행사 초대장에는 ‘가족 페스티벌’이란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그의 가족들도 함께 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 사장이 미리 예고한 이날 행사의 방점은 여전히 ‘중소기업’에 찍혀 있었다.

“창립기념일 행사 때 100억원 규모의 홈쇼핑 전용펀드를 출시합니다.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과 맞닿아 있는 거죠. 그 날 ‘IBK베스트챔피언’도 브랜드화해 론칭할 예정입니다. 보러 꼭 오세요”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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