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다음달 북미정상회담이 ‘정치적 낭패’가 될 수도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북미정상회담 실패 가능성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20일(현지시간) ‘일방적인 핵포기를 강요하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는 지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발표에 트럼프 대통령이 놀라 참모들에게 질문공세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18일 참모들에게 회담을 계속해서 진행하는 것의 타당성에 대해 질문하며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19일 밤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해 북한의 공식 담화내용이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달한 내용과 왜 상충하는지 물었다고 NYT는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인내심’을 강조했다는 청와대 발표내용과 다소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담화가 한반도 비핵화를 거부하는 의도로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 트럼프 대통령에 ‘상호주의’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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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그러나 NYT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일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양보할 수 없는 핵심요소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는 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세부 협상 계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우려도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두 차례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복잡한 논의에도 아주 능할 정도로 영리하다’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ㆍ조지 부시 W. 대통령과는 달리 우라늄 농축 능력이라든지 플루토늄 재처리, 핵무기 생산 및 미사일 프로그램 등에 대한 세세한 브리핑을 듣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이 이번 북미회담에서 향후 6개월 내에 핵무기 일부를 넘기고 관련 시설을 폐쇄하며 사찰을 허용하는 ‘타임 테이블’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왔다. 지난 17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미국이 사전협상에서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와 핵 관련 물질 등 일부를 6개월 안에 해외로 반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스케줄은 과거 북한의 전통적힌 협상 스타일 등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무리한 계획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6개월 안에 북한이 아무 보상 없이 핵무기를 넘기는 것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며 결국 트럼프 정부도 일종의 단계적 조치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포린어페어스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 교수는 ”김정은은 북핵의 미래에 관한 체스판과 동북아의 지정학적 미래에관한 체스판이라는 두 개의 게임을 놓고 멀티플레이어가 되려 하고 있다“며 ”트럼프대통령으로서는 잘못된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북미 협상에 대한 미 백악관 내 회의론이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21일 방미길에 올라 미국시각 22일(한국시각 23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달래고 북미 간 상호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파악한 북한 반발의 배경과 원인에 대한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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